[MBN스타 금빛나 기자]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좋다가도 나쁜 일이 일어나고 나쁘다가도 웃는 것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2014 상반기 MBC 드라마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다사다난’일 것이다. ‘기황후’로 월화드라마 판도를 쥐락펴락 했던 MBC는 ‘트라이앵글’로 잔뜩 구름이 끼어있고, ‘개과천선’으로 수목극의 부진을 벗어나나 했더니, 예상치 못한 결방사태에 주연배우 김명민의 스케줄 문제로 조기종영을 결정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나마 조용했던 일일극 ‘빛나는 로맨스’와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는 일일극 ‘엄마의 정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원나라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다룬 이야기 ‘기황후’의 시작은 불안했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기황후’에 대한 엇갈린 역사적 평가와 고려시대 최고의 폭군 충혜왕을 영웅적인 인물로 미화시켰다는 논란에 불이 붙으면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결국 ‘기황후’는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충혜왕을 가상의 고려왕 왕유로 캐릭터를 교체하고, 자막을 통해 드라마가 기황후라는 실존인물로 만든 팩션 사극임을 알리면서 겨우 ‘역사왜곡’ 역풍을 막을 수 있었다.
이후 ‘기황후’는 타이틀롤인 하지원은 물론이고, 지창욱, 백진희, 전국환, 진이한, 김서형 등 신구 배우들의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지루할 틈이 없는 빠른 전개는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평을 듣는 월화드라마에서 ‘기황후’는 이를 훌쩍 넘으며, 경쟁작들이 넘을 수 없는 ‘절대강자’ 자리를 지켜나갔다.
높은 시청률로 활짝 웃었던 ‘기황후’지만, 50부작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 백상예술대상에 작품상은 물론 출연배우 그 누구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나마 타나실리 역으로 재평가를 받았던 백진희가 여자 신인상을 받으며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시청률에 있어서 ‘기황후’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후속작인 ‘트라이앵글’이다. 초반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백진희, 오연서 등 나쁘지 않은 배우구성과 인기리에 종영됐던 드라마 ‘올인’의 유철용 PD와 최완규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하면서 ‘기황후’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시작하니 엉성한 영출과 극본, 설득력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은 ‘기황후’의 절반도 아닌 시청률 6%대로 뚝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현재 산으로 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트라이앵글’은 총체적 난국의 상황을 알리며 진부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비운의 수목드라마…단순히 대진운 때문일까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져오던 MBC 수목드라마의 부진은 2014년 상반기에도 계속 진행돼 오고 있다. 특히 2014년 선보인 수목드라마의 경우 작품적으로 나쁘지 않으나 계속해서 SBS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대작과 계속 맞붙는 불운한 대진운으로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미스코리아’의 경우 ‘파스타’의 권석장 PD와 서숙향 작가가 다시 만났을 뿐 아니라, 그동안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던 이연희가 한층 발전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가긴 했지만 굳건한 ‘별에서 온 그대’의 벽을 넘기란 불가능했다.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앙큼한 돌싱녀’는 무거운 장르 드라마 KBS ‘골든크로스’와 SBS ‘쓰리데이즈’ 사이에서 유치하지만 유쾌한 사랑 이야기로 예상외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비록 10%대를 넘지는 못했지만, 9.2%까지 기록하며 주연배우 주상욱과 이민정의 저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개과천선’은 의도치 않은 결방이 독이 돼 돌아온 지독히 운이 없는 작품이다. 6.9%라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개과천선’은 연기로서 두말 할 나위 없는 김명민의 연기와 ‘골든타임’을 집필했던 최희라 작가의 탄탄한 대본, 그리고 ‘보고싶다’ ‘스캔들’ 등으로 세련된 연출을 자랑했던 박재범 연출이 의기투합하면서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지난해 ‘투윅스’ 이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던 수목드라마는 ‘개과천선’으로 10.2%까지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으나, 2014 브라질 월드컵 평가전과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으로 2회 연속 결방되면서 다시 8%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와 같은 결방은 시청률 하락 뿐 아니라, 차후 김명민의 후속 스케줄과 조정에 문제를 주면서 결국 2회를 줄인 조기종영을 결정하게 됐다.
지난 5월 유례없는 PD교체 사건이 일어났다. 주말 10시 드라마 ‘호텔킹’을 진두지휘하던 김대진 PD에서 애쉬번(최병길) PD로 교체한 것. 일신상의 문제로 교체하겠다는 MBC 측의 입장과는 달리, 교체 과정에서 ‘호텔킹’ 조은정 작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지며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이와 같은 ‘호텔킹’의 PD교체 사건 외에 MBC 주말드라마는 잠잠한 편에 속한다. 사건과 관련 없이 ‘호텔킹’의 시청률은 10%대 내외를 전전하고 있으며, 이렇다 할 화제성도 낳지 못하고 있다.
주말드라마의 경우 이전 작인 ‘황금무지개’의 경우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으나 그 뿐이었고, 이 외에 ‘사랑해서 남주나’ ‘왔다 장보리’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어느새 드라마 왕국은 옛말이 돼 가고 있다. 게다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장금2’는 배우 이영애의 출연 고사로 올해 제작을 포기했으며, 시트콤 부활을 꿈꾸었던 ‘사자동 사무실’(가제)는 제작상의 어려움으로 방송을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
이에 대한 돌파책으로 MBC가 다시 택한 것은 ‘막장’이다. 지난해 ‘오로라 공주’로 배우 하차 논란, 암세포 대사 논란, 갑작스러운 죽음과 유체이탈 등 온갖 논란의 온상지로 불렸던 막장계의 최고봉 임성한 작가와 다시 한 번 손을 잡게 됐다. 과연 ‘임성한 카드’가 하반기 MBC의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 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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