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사채조직의 황제 캐피탈 대표 정상하(박성웅 분)는 자신의 식구에게는 의리와 신뢰를 주지만, 비즈니스와 돈 앞에서는 한 치의 연민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환(이민기 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상하는 조직 내부의 우려와 반대에도 그를 지킨다. 그러나 점점 커져가는 이환의 욕망 때문에 고뇌하기 시작한다. / ‘황제를 위하여’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박성웅과 이민기의 조화가 돋보이는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을 배경으로 이긴 놈만 살아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부산 최대 사채조직의 대표 상하다. 대표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리스마가 넘친다.
카리스마 대방출로 자칫 ‘신세계’ 이중구가 부활한 것 같지만, 이중구와 상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중구와 상하는 똑같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사투리다. 이중구는 서울 놈이고 상하는 아니며 이환(이민기 분)을 향한 애정도 있다. 때문에 다른 캐릭터로 인식될 것이라 생각한다. ‘황제를 위하여’ 개봉 후 ‘까리하네’ ‘감당 하겠나’ ‘내가 그놈한테 숟가락 하나 쥐어줄려고’ 등이 새로운 유행어로 될지도 모르겠다. (웃음) 사실 상하 역을 연기한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내가 아닌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같더라. 보는 내내 내가 저렇게 찍었나 기억이 안날 정도로 캐릭터와 상황에 몰입했다.”
박성웅의 캐릭터 상하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는 ‘황제를 위하여’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배우가 출연작을 이렇게까지 사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애정이 묻어났다.
“‘신세계’ 이후로 쿵쾅거림을 느껴본 건 처음이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잘 넣었네’ 또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10명의 자식이 다 예쁘다는 말이 있지 않냐. 나 역시 그렇지만 분명 그중에 더 애착이 가는 자식이 있기 마련이다. ‘황제를 위하여’가 나에게 그런 작품이다. 그래서 잘되어야 하는 작품이다. (웃음)”
영화와 배역에 애정을 담은 만큼 박성웅의 노력도 으리으리했다. 상하 역은 박성웅이 지키으리. 여기에 박성웅표 사투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산사투리는 처음이다. ‘신세계’ 때보다 더욱 독기를 품고 열심히 노력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부산사투리를 잘 표현했다’고 하면 뿌듯하다. (웃음) 촬영이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사투리를 연습했다. 촬영 틈틈이 연습도 해 대본이 너덜너덜해졌다. 악보처럼 대사에 악센트를 세밀하게 그려서 연습했다. 촬영 들어가는 날에는 부산 출신의 작가에게 녹음 본을 받아 한마디 듣고 따라하면서 익혔다. 때로는 혼자 주저리주저리 사투리를 연습하기도 했다. 촬영을 하면서 상하에 맞는 사투리를 찾았던 것 같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사실 이렇게 친해진 배우가 별로 없는데 아마 이민기가 처음일 것이다. 이민기가 나에게 사투리 연기에 들어가기 전 ‘부산 인구가 엄청 많아도 그들 개개인의 사투리가 다 다르다’고 하더라. 그 말이 정말 고마웠고 (사투리 연기에) 힘을 얻었다.”
친형제나 다름없는 두 배우가 만났음에도 작품에 대한 열의가 있기에 아쉬움도 있을 터. 하물며 박성웅은 느와르의 달인이기에 ‘황제를 위하여’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지 모른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부족해 조금은 아쉽더라. 러닝타임에 맞춰야 되니까. 초반의 긴박감을 관객들이 잘 쫓아올까 걱정했는데, 긴박감이 강해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어 기분이 좋다. 난 사실 모든 출연작이 다 아쉽다. 노력한 부분이 100%인데 화면에 99% 또는 80%만 나왔다면 나머지 %가 아쉽더라.”
박성웅이 스스로 출연작이 다 아쉽다고 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만족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관객 이야기를 시작해 팬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는 찰나 그는 “강한 역할 때문인지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욕이나 유행어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팬이 많다. 흔쾌히 해주면 정말 좋아하더라”며 무서운 인물 베테랑 배우의 남다른 팬을 자랑했다.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는 건 배우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혼자가 아닌 지인들과 있을 때는 민망하거나 조금은 귀찮을 때가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 (웃음) 그러나 그럴 때마다 과거 무명시절 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과거가 생각나 단역이나 엑스트라에게 잘해주려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할 게 많아 잘 챙겨주지 못한다. 연기를 위해 더 준비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게 배우로서는 더 중요한 부분 아니냐. 연기로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니 좋고 이게 배우로서의 좋은 모습인 것 같다.”
‘신세계’로 시작해 ‘찌라시-위험한 소문’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등으로 점점 악하고 독한 인물을 진화시키고 있는 박성웅은 곧 ‘살인의뢰’ 등 신작으로 스크린에 또 다시 얼굴을 비춘다. 자꾸 보니 반갑고 진화하는 악역이니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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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