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미국 땅에 홀로 남겨져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 조직의 명령으로 타겟을 제거하던 중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그는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런 그에게 조직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리고, 곤은 마지막 임무가 될 타겟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남편과 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 모경. 엄청난 사건에 연루된 것도 모른 채 일만 파고들며 술과 약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녀 앞에 딸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잃을 것이 없는 남자와 남은 게 없는 여자, 그들이 절벽의 끝에서 만났다. / ‘우는 남자’
[MBN스타 손진아 기자]
이런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듯 김민희는 또 다시 변신을 꾀했다. 영화 ‘우는 남자’에서 모경 역을 맡은 그는 절망적인 삶을 사는 여자를 표현하며 물오른 감성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빛냈다.
“모경의 첫인상이 복잡하지 않았고 명확했다. 모경을 표현하는데 큰 두 덩어리의 감정들이 있었다. 하나는 감정이 깊고, 슬프고 혼란스럽고 당황하는 감정들이었고, 하나는 엄마의 감정이었다. 시나리오에는 (모경에 대해) 많이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살을 붙여서 만들어보고 싶은 느낌이 있었다.”
엄마 역할을 처음 소화해보는 그였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부담감도 갖지 않았다. 오로지 마음으로 연기하고, 진심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담감 없이 시작했지만 모경의 깊은 내면 연기를 소화하면서 김민희는 종종 한계의 벽에 부딪히곤 했다.
촬영 내내 한계를 느끼곤 했던 김민희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로지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고, 그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성장을 일궈냈다.
“촬영 내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연기하는 사람이 그래서 외로운 것도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의 조언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마음으로 느껴서 표현해야 되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힘들고 스스로의 싸움 같았다. 4개월 동안 힘들었다.”
극 중 김민희는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깜짝 노래 실력도 뽐내고 킬러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신까지 소화해냈다. 그에게 노래 부르던 신을 언급하니 “아쉽고 불만족스럽다”라는 답이 가장 먼저 돌아왔다.
“노래가 쉬워보여도 꽤 고음이고 어렵다. 그래서 ‘되게 높다. 소리 내기가 힘들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중요한 신이고 감정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부분이 컸다. 보컬 연습도 했는데 노래, 연기 두 개 다 잘하면 좋지 않냐. 개인적으로는 불만족스러웠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다들 (그 장면을) 좋게 봐주셔서 깜짝 놀랐다. 맞는 연기는 합을 맞춰서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다.”
“(대중들의) 기대치가 올라갈수록 더 신중하려고 한다. 또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 역시도 배우로서 한걸음 성장하고 싶다. 작품을 고를 때는 모든 걸 다 보고 있다. 10개 중 7개가 충족되면 가는 것 같다.(웃음)”
데뷔 15년차인 김민희는 데뷔 초보다 훨씬 단단해지고 성숙해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배우의 길을 다져오면서 배우는 과정에 일부분인 흑역사도 있었고, 성장해나가는 시기도 있었다. 때문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됐고, 지금은 ‘쭉 배우를 하고 싶다. 주름 진 배우가 되면 멋지겠다’라는 욕심도 갖게 되었다.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은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책임감이 더 생기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적극적이게 된 것 같다. 신인 때는 적극적일 수 없었고, 조심스럽고 나약한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