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net "트로트엑스" 우승자 나미애(왼쪽)와 가수 태진아 |
'트로트엑스'는 정통 트로트뿐 아니라 기존 트로트에 록,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시도했다. 태진아, 설운도, 박현빈, 홍진영 등 트로트 거물들과 박명수, 뮤지, 아이비, 유세윤이 트로듀서(트로트+프로듀서)로 합류해 신선함을 더했다.
침체된 트로트 시장의 부흥이 기대됐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방송이 거듭되면서 정작 트로트계에서조차 일부 의견이 엇갈렸다. 칭찬보다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방송 전 출연 섭외를 거절했다는 한 중견 트로트 가수는 기자와 만난 사석에서 "내가 ('트로트엑스'를) 우려했던 그대로"라며 "트로트 부흥을 위한 것이 아닌 트로트를 버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젊은 층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정통 트로트가 지닌 색깔을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트로트엑스'의 순기능은 인정해야 한다. 애초 트로트 자체를 주목하는 각 방송사 프로그램이 현재 거의 없다시피한 점을 떠올리면 그 자체만으로 제작진의 기획 의도에 박수를 쳐주기 충분하다.
덕분에 30년 무명 트로트 가수 나미애와 신세대 이지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트로트를 통해 시각 장애를 이겨낸 임호범, 감성 발라드에 트로트를 입힌 벤, 트로트로 찬양하는 목사 구자억도 재조명됐다. 트로트에 다양한 퍼포먼스를 접목해 눈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 미스터팡과 지원이, 기타와 감성적인 음색으로 ‘어쿠스틱 뽕’을 들려준 레이디스는 '약방의 감초'였다.
이른바 '스토리'가 필요한 경연 형태 프로그램 특성상 제작진의 '짜여진 각본'이란 삐딱한 시선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다. 우리 누구에게나 삶의 우여곡절은 있고, 특히 트로트는 그러한 우리네 삶과 정서가 녹아든 음악이다.
부흥까지는 아니지만 트로트 시장이 생기를 찾았다는 주장도 있다. '트로트엑스' 제작진은 "참가자들에게 전에 없던 행사 섭외가 쇄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로트엑스'는 시청률 2% 안팎에 머물렀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제작진의 자평처럼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는 지도 의문 부호가 남는다. 조금이나마 젊은 시청층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다면 그것이 위안이다.
'트로트엑스' 초대 우승자가 된 나미애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태진아를 끌어안고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감사하다. 트로트 발전을 위해 제게 큰상을 주신 것 같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트로트를 알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미애는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상금을 타면 빚 갚는 데 쓰고 싶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계획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나서다. 그는 "그렇다. 대출이 너무 많다. 아직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어서 빚 갚는 일에 써야할 것 같다"고 답하며 울먹였다.
나미애의 눈물은 현실이다. 우리나라 트로트 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트로트엑스'의 현실과도 많이 닮았다.
한 작곡가는 "Mnet이 애초 트로트의 부흥을 꿈꾼 것 자체가 무리수였는 지 모른다"며 "Mnet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여러 지상파 방송사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제 2의 장윤정, 홍진영은 더 이상 없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장르별 안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Mnet '트로트엑스'가 성공을 거뒀더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랬듯 우후죽순처럼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트로트에 관심을 가졌을 텐데 아쉽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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