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에서 콤팩트디스크(CD)로, 다시 디지털 파일로 음악 콘텐츠를 담는 주력 매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동안 줄어든 것이 또 있습니다. 노래 제목의 길이입니다.
1일 연합뉴스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지난 25년간 '시대별 차트'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을 차지한 가요의 제목이 시대가 흐를수록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25년간 5년 단위로 1~10위 노래 제목의 평균 글자 수(한글로 표기된 제목 기준)는 1989년 7자에서 1994년 5.1자, 1999년 4.8자, 2004년과 2009년 4자에 이어 올해(4월 기준)는 3.6자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된 음악 콘텐츠 유통 형식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하면서 순위 집계 방식 자체가 바뀌어 엄밀한 비교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노래 제목이 짧아지는 추세는 명확했습니다. 굳이 평균을 내지 않아도 상위권 노래의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목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은 음악의 소비 주기가 짧아지는 전반적인 가요계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노래의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창작자로서도 최대한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쉬운 제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멜론 관계자는 "요즘에는 발표되는 곡들이 워낙 많아 경쟁도 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패턴이 확산하면서 각각의 노래를 듣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음반제작사 관계자도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의 홍보 주기가 급격히 짧아졌다"면서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팬들이 쉽게 노래를 기억하게 하려면 제목이 2~3자 정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제목이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함축적인 제목이 더 예술성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같이 오래 기억되는 문학적 제목은 이제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제목이 짧아지는 것은 하나의 생
그는 "이러한 경향 자체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닌 시류에 맞는 제목을 붙이도록 반강제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