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9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각양각색 99%’란 주제로 5월 29일부터 오는 6월 5일까지 열린다. 30개국에서 출품된 99편이 관객들과 만난다.
변영주 감독과 배우 한예리가 사회를 맡은 개막식에는 개막작 ‘그녀들을 위하여(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킴 버르코가 참석해 여성영화제의 의미를 전했다.
아울러 아시아 단편경선 심사를 맡은 페차 로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중국 영화감독 지단, 이혁상 감독 등 300여명의 국내외 게스트가 참석해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제 특별 상영작인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목소리 1·2·3’의 티켓 수익금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전달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전 세계 여성영화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는 특히 켈리 레이차트, 리자 랑세트, 카트린느 브레야 등 쟁쟁한 여성감독들의 작품이 선을 보이게 된다.
또 시선이 가는 작품은 ‘호텔’이다. 데뷔작 ‘퓨어’로 로베르 브레송, 잉마르 베리만 등 스웨덴 천재 감독의 계보를 잇는 신성으로 떠오른 리자 랑세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전 작품이 1000유로 세대인 스무 살 여성을 통해 위선적인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면, 이번 작품은 능력 있는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내면의 상처와 공동체를 통한 치유를 그리고 있다.
이밖에 ‘팻걸’ ‘미스트리스’ ‘푸른수염’으로 유명한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어뷰즈 오브 위크니스’도 지나칠 수 없다. ‘어뷰즈 오브 위크니스’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자벨 위페르가 주인공을 맡았다. 그녀만의 독보적인 캐릭터 해석력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나약함 때문에 추락하는 유명 감독을 완벽하게 연기해내 호평을 받았다.
사우디 아라비아 최초의 영화이자 최초의 여성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의 ‘와즈다’는 6월 19일 개봉에 앞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다.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자전거를 너무나도 타고 싶어 하는 10살 소녀 와즈다의 가슴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그렸다. ‘와즈다’를 통해 실제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을 바꾼 영화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현재 상황을 조망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투 러시아 위드 러브’ ‘영 앤 게이, 푸틴 러시아’ ‘러시아 감옥’ 이 세 작품을 묶어 상영하는 ‘러시아 특별 상영’은 러시아 성소수자 지지 온라인 캠페인에서부터 동성애 혐오 범죄와 러시아의 여성 교도소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만나볼 수 있다.
한국 다큐 최초 극장 개봉이라는 기록을 가진 ‘낮은목소리 1·2·3’의 특별상영 역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기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특별상영 후에는 동시대 관객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쟁점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낸 ‘밀양, 반가운 손님’과 낙태라는 예민한 문제와 부산스러운 사회적 움직임 안에 가려졌던 그녀들의 경험을 담아낸 ‘자, 이제 댄스타임’ 등 여성 다큐의 현
다양한 외국 여성 감독의 다큐도 상영된다.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의 ‘프로파간다가 영화를 덮쳤을 때’는 감독의 고향인 시드니 근처의 가스 채굴을 막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직접 북한을 방문, 세계 최초로 북한 영화 현장을 기록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 중 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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