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무용수인 내가 무대가 아닌 강단을 선택했을 때, 나는 무조건 다음 세대를 위한 어떤 디딤돌 혹은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어떤 희생이 따라야 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다짐했죠. 한국 발레의 미래요? 단언컨대 밝아요. 우리 스스로 믿음만 잃지 않는다면요.”
꿈같은 무대가 곧 현실이 된다. 올해 정상급 기량의 발레 무용수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2014 월드 발레 스타즈’(매경닷컴· 한국발레재단 주최)가 오는 6월 7일(광주문화예술회관)과 11일(성남아트센터), 15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총 3차례에 거쳐 화려한 막을 올린다. 볼쇼이 발레단, 네델란드 국립 발레단, 헝가리 국립발레단, 보스톤 발레단,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등 세계적 명성의 발레단과 국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무용단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올해로 6번째를 맞는 ‘월드 발레 스타즈’ 공연을 앞두고 박 이사장을 만나 소감을 물었다. 그는 “가슴이 벅차고, 먹먹하다”며 운을 뗐다.
“첫 시작은 그저 각지에 ‘발레’를 통한 예술적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함이었어요. 이미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는 대도시 보다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고자 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점점 구체화 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국 발레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박 이사장은 한국 발레계에서 손에 꼽히는 발레리노 출신이다. 1983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멤버로 들어가 1990년까지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1991년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알마타 국립발레학교 교사와 알마타 국립발레단 안무가로 활동한 그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국립 발레학교의 교사가 됐다. 현재 1996년부터 상명대학교 무용과 교수로 활동 중이며, 상명아트센터 극장장도 엮임했다.
“내가 유명 발레리노가 된 건, 잘 해서가 아니라 시대를 잘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는 그동안 발레 무용수로서의 성공보단, 후진 양성에 항상 더 힘을 써왔다. 그는 ‘월드 발레 스타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한국 발레단으로 구성한 ‘코리아 발레 스타즈’로 전 세계에 한국 선수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월드 발레 스타즈’는 결국 한국에서 발레를 하고자하는 이들에게 건강한 자극과 꿈, 그리고 희망을 주고자 함이에요. 전 세계 최정상들의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이들에게 엄청난 자기 발전의 기회이자, 자긍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애호가들에게는 하나의 즐길 공연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발레를 공부하는 혹은 하고자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값진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한국 발레 무용수들이 외국 발레단에 대한 동경이 지나치게 큰 게 사실입니다. 그건 아마도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 한국 발레 시장이 인적 네트워크나 매니지먼트, 창의적인 교육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분명한건 환경적 문제는 점점 해결돼 가고 있고, 아이들의 가능성은 예전보다 더 뛰어납니다.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이미 한국 발레의 수준은 어떤 나라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경지에 있습니다. 스스로 자긍심과 여유만 가지면 됩니다.”
박 이사장은 거듭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자긍심을 강조했다. 또한 전문 교육의 중요성도 얘기했다.
“전문 교사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음악성, 예술성, 테크닉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하죠. 음악과 안무력과 티칭력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제대로 된 후진을 양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도 발레 전문학교를 만들어야 해요.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에 발레 전문학교가 한 곳도 없는데도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해요. 전문학교가 생긴다면 러시아와 미국 같은 발레 강국을 따라 잡는 건 시간문제죠.”
또한 그는 발레의 대중화와 실용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레는 어려운 것도,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그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발레’의 실용화를 위해 정말 많은 연구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실제로 조금씩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했고요. ‘발레’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바뀔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모든 장르가 멀티화가 되고, 조화를 이루고 있듯이 발레의 장르도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진화할 겁니다.”
그는 이어 “발레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전파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각색, 장르를 불문하고 조합 또는 변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하겠다는 것. 그는 발레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4 월드 발레 스타즈’는 별들의 축제인 만큼 그야말로 명작 중에 명작만을 선별했다. 차이코프스키 명작인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 ‘해적’, 고전발레의 교과서인 ‘로미오와 줄리엣’, 낭만발레 ‘라실피드’ 그리고 모던발레 작품 등 클래식 발레의 전 장르를 망라한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무대에도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동양화가 새겨진 스크린 무대 배경을 통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출법을 선보인다. 오는 6월 7일(광주문화예술회관)과 11일(성남아트센터), 15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총 3차례에 거쳐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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