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가정사를 지닌 종가흔(임지연 분)은 지금의 남편인 경우진(온주완 분) 가족과 조우한다. 당시 전쟁고아가 사방에 널려있던 시절, 그럼에도 우진 어머니는 가흔을 살갑게 품어준다. 우진의 집에서 딸로 자란 가흔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진의 아내가 된다. 군인인 남편을 따라 군관사에 들어가고 어느 날 정체불명의 신비로운 한 남자 김진평(송승헌 분)을 만난다. 강렬한 첫 만남 후 자꾸만 그가 생각나고 그 역시 가흔에게 다가온다. 알고 보니 남편의 상사인 그 남자. 끌리지만 가흔은 사랑과 현실에서 깊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 고민의 끝은? / ‘인간중독’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한희재 기자 |
임지연은 ‘음란서생’ ‘방자전’을 연출한 영화감독 김대우의 신작 ‘인간중독’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감독이 대중에게 주는 신뢰도와 파격 멜로라는 장르의 특성, 송승헌의 연기 인생 첫 노출과 베드신, 빛나는 조연 등장, 신예 임지연의 노출 등 수많은 이유로 ‘인간중독’은 개봉 전부터 관심 0순위였고 덩달아 주인공 임지연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너무 많은 관심이 모이면 실망이 클 수도 있는 법. 그러나 임지연은 이를 쿨하게 무시하며 풋풋하면서도 농염하고 묘하게 끌리는 여자 종가흔 역을 소화해냈다. 때문에 개봉 전보다 후, 그녀를 향한 궁금증이 배로 높아졌다.
“‘인간중독’은 신인 여배우의 노출이 파격적이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일단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인간중독’ 속의 또 다른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노출이 전부가 아닌 감성적인 멜로가 풍부한 작품이다. 노출 역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베드신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궁극적인 사랑의 감정 표현이다.
임지연은 ‘인간중독’에서 강도 높은 노출은 물론, 송승헌과의 베드신을 선보였다. 신인인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에서의 노출이라 조금은 부정적인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김고은이 ‘은교’를 통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바 있기에 이미 ‘짓’ 서은아 ‘가시’ 조보아 등 수많은 신인 여배우들이 첫 작품에서 노출을 하며 ‘제2의 은교’가 되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제2의 은교’ 자리는 텅텅 비어있고 신인 여배우의 노출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생겨났다. 신인인 임지연 역시 자신의 노출에 대한 걱정이 있을 듯 싶다.
“노출과 베드신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인간중독’ 속에서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찍으면서도 노출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진평과 종흔의 부적절한 관계의 사랑이 나쁘게 가 아닌 아름답게 그려지려면 어떻게 할까 등을 고민했다. 이에 대해 김대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니 노출의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적어지더라. (웃음) 첫 베드신이 가장 힘들더라. 처음 하는 장면이고 장소도 협소했다. 차 안이라 여기저기 부딪치거나 여러군데에서 앵글도 잡고 고생했다. 또 비가 내려서 차안도 젖고 몸도 축축하고 빗소리도 들리고. 그래서 더욱 야릇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리고 이왕 하는 것 잘해보자는 생각이 컸다. 감독님도 상황을 잘 만들어줬다.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가흔에 이입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훨씬 더 농도 깊은 장면과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임지연의 말대로 ‘인간중독’ 속 임지연의 노출, 송승헌과의 베드신은 극히 일부다. 흥미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 안을 열어보면 한 남자의 진정한 사랑, 처음으로 사랑을 받는 한 여자의 복합한 심정,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 현실과 사랑에서 고민하는 남녀 등 장르 그대로 ‘감성멜로’다.
↑ 사진=한희재 기자 |
“내가 원래 체형이 작은 편인데 감독님이 나의 장점을 살려주려고 앵글을 예쁘게 잡아주셔서 아름답게 나온 것 같다. (웃음) 정말 감독님께 감사하다. 평소에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등산하거나 새로운 운동을 찾곤 한다. 물론 촬영할 때 라인을 잡기 위한 운동을 신경 써서 했지만 체중조절을 하지는 않았다. (웃음) 신경을 많이 써서 촬영 중간 중간 살이 빠진 것은 있다. 카메라 앞에 서니까 절로 예뻐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나를 예쁘게 촬영해주신 감독님의 덕이 크다.”
임지연의 장점을 살려 촬영을 이어갔다는 김대우 감독. 김대우 감독은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임지연에 대해 칭찬했다. 김 감독은 “임지연은 4차원적인 외모는 아닌데 비현실적이면서도 독특한 배우다. 외모면 외모 연기면 연기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변해가는 보람이 있는 배우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서로를 칭찬하는 김대우 감독과 임지연은 훈훈한 감독 배우의 보기 좋은 예나 다름없다.
“김대우 감독님이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써줬다. 감독님은 정말 섬세하고 너무나 감수성이 풍부하다. 내적은 물론 외적인 부분까지도 많은 신경을 써줬다. 의상과 머리, 치마 길이, 구두 높이, 구두 앞모양 심지어 눈썹 모양까지도 신경을 썼다. ‘인간중독’ 속 내 의상과 머리스타일이 다 다르다. 그래서 여자로서 종가흔 역을 맡은 게 정말 행복했다. 예쁜 의상과 머리도 모자라 진평의 사랑과 모두의 사랑까지 받아 촬영하는 날이 매일 매일 행복했다.”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를 자랑한 ‘인간중독’. 그리고 그 안에는 막내 임지연이 있었고, 19금 멜로의 달인 김대우 감독, 꽃미남 송승헌, 영호남 쓰나미 온주완, 사랑스러운 조여정이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막내였던 임지연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고.
“다들 살갑게 대해줬다. 선배들은 각자의 색이 너무 다른데 온주완 선배는 대놓고 잘 챙겨준다. 농담도 잘 던지고 정말 재미있다. 조여정 선배는 정말 애교쟁이면서 유쾌하다. 내가 오랫동안 봐온 언니처럼 늘 ‘지연아, 잘 할거야’라고 응원해줬다. 해피바이러스 그 자체다. 전혜진 선배도 매우 유쾌하고 매력적이다.
선배들 자랑에 절로 신이 난 임지연은 신비로운 얼굴 때문에 도도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털털해도 너무 털털하다. “도도해 보인다”는 말에 “저요? 저는 도도와는 거리가 멀어요. 매우 털털해요”라고 허허허 웃음을 지어보인 임지연. 털털한 그녀가 만든 이 시대의 밀당여왕(?) 종가흔. 실제 성격과 달라 어려운 점이 더 많았을 것이다. 분명.
“가흔의 모든 행동이 묘하다. 실제 내 모습과 가흔은 너무 다르다. 나는 털털하고 활발하지만 가흔은 신비롭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촬영 기간 동안은 가흔으로 살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가흔에 집착 했다. 난 남동생과 자라서인지 어릴 때부터 ‘남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가흔과 닮은 점이 있는데 담담한 면이다. 가흔 역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은 물론 당시의 시대적 배경, 전쟁 후 사람들의 심리, 이 시대를 담은 영화들을 많이 찾아보고 이에 대해 생각해봤다. 덕분에 나와 다른 성숙한 가흔이 탄생한 것 같다. 가흔과 진평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가슴 아픈 사랑을 해봤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기억이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난 가흔이 밀당한다기 보다는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채 살아왔고 그냥 단지 그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한 것 같다. (웃음)”
신비롭게 스크린에 등장해 신비로운 매력으로 모두를 매료시킨 임지연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는 각오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여배우가 되고 싶음을 강조했다.
↑ 사진=한희재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