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김 감독은 지난 2006년 영화 '야수'로 데뷔해 국내에서 눈길을 끌었으나 외국에서도 존재감이 빛을 발할 정도로 유명하진 않다. 하지만 니시지마를 캐스팅했다. 그는 "단번에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마음을 동하게 해야 했다"며 "손글씨로 편지지 8장에 마음을 담았다"고 비결을 전했다.
김 감독은 "일본영화계가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와 영화가 그대로 영화로 옮겨지는 등 일본영화는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창작이라는 게 어느 순간 사라져 배우들이 새로운 것에 갈증이 있다고 한다. 니시지마도 그런 의미에서 도전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일합작 영화지만 이상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과 비전을 적어 니시지마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마음이 통했다. 오래전부터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팬이었다는 김 감독에게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비화를 덧붙이자면, 김 감독의 통역을 해주던 사람이 '나와 스타의 99일'에서 김태희의 다이얼로그 코칭 담담자였는데 그가 니시지마 연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실 한국영화의 합작 프로젝트는 꽤 많이 진행됐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에는 핫스타 니콜 키드먼이 출연했다. 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 건지 얘기를 들려줬다"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들려줬는데 그게 좋았는지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라스트 스탠드'를 작업한 김지운 감독도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할리우드도, 일본도 캐스팅 디렉터라는 직업이 있다. 배우를 섭외하는 전문회사다. 감독이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영향은 크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에 등장한 외국배우들 섭외와 관련해 "틸다 스윈튼과 옥타비아 스펜서의 경우 '괴물'이나 '마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두 분이 캐스팅되니 신뢰감 덕분인지 그 뒤의 캐스팅은 순조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봉 감독이야 이름이 알려져 캐스팅이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감독들은 김성수 감독의 경우처럼 진심을 담아 영화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지 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잠재력 있는 감독들의 기대에 부응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은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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