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포스터 |
상상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나 유명 배우와 감독의 연출, 눈에 뻔히 보이는 이야기 등으로 관객을 자극했던 작품들과 달리, 자전적 영화들은 사실적이라 친근하고 극중 인물에 이입이 빠르다. 그래서 폭발적인 관심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곤 한다.
2012년 8월 30일 개봉한 ‘미운오리새끼’는 바람 잘 날 없는 23살 어리바리 육방 낙만의 성장 드라마를 담았다. 2011년 8월 11일 첫 촬영을 시작해 9월 27일 촬영이 끝났고, 4만5454명의 누적 관객수를 동원했다.
특히 ‘미운오리새끼’는 ‘친구’ ‘똥개’ ‘태풍’ 등으로 유명세를 치른 영화감독 곽경택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이에 ‘미운오리새끼’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과 허구가 섞였지만 자전적 성격의 영화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곽 감독의 단편작 ‘영창 이야기’를 각색했기에 단편에 만족을 느낀 일부 관객층을 보유한 것은 물론, 자전적 이야기라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른 허구성이 짙은 영화보다 묵직했다. 덕분인지 우연인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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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개봉해 현재까지 극장에서 상영 중인 ‘피부색깔=꿀색’ 역시 ‘미운오리새끼’와 마찬가지로 연출을 맡은 융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5살에 벨기에로 입양된 전정식 감독(융)은 부모의 존재도 모른 채 점점 한국인이 아닌 벨기에 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다름과 차이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을 느끼며 다소 장난꾸러기 또는 불량아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융을 입양한 가족들은 그에 대한 사랑으로 관객들까지 훈훈하게 만들었다.
다른 자전적 영화들과 달리 ‘피부색깔=꿀색’은 애니메이션이다. 때문에 현실과 애니메이션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보는 재미를 더했고, 융 감독을 쏙 빼닮은 극중 캐릭터도 귀여워 미소가 지어진다. 개봉부터 현재까지 4382명의 누적 관객수를 유지하고 있다.
‘피부색깔=꿀색’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융 감독이 방한했기에 영화 못지않게 인물(인생)이 부각됐다. 리뷰보다는 인터뷰가 친근하고 흥미롭기에 최대한 매체들과 인터뷰를 많이 하려고 했다”라며 “자전적 영화다 보니 영화=인물이기도 하고 자전적 이야기의 핵심인 ‘정직함’이 잘 담겼다. 한국인들이 솔직함을 좋아하지만 체면이 강해서 정작 자기응시를 못하는데, 이 영화의 진솔함(일본인, 성적 호기심)이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일부 관객들에게는 역할모델이 되어준 셈이고 일종의 치유 효과를 준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는 애니메이션에 실사 화면이 뒤섞인 독창적인 형식으로 완성됐다. 어린 시절의 융은 애니메이션과 가족의 홈 비디오 영상으로 전개되고, 지금의 융은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실제 촬영해 담았다. 이는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란 걸 강조하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주장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라며 “한편으로는 한국정부에 대한 발언이고, 한편으로는 한국계 입양인들에게 우리는 ‘20만 명 입양인 중의 한 사람일 뿐이고 그리 비극적인 일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장점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관계자는 “실제 이야기는 특유의 힘이 있다. (특히 ‘피부색깔=꿀색’처럼) 성장 과정의 말 못할 심적 고통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했던 것도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일 거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환희와 비애가 있고, 그 거울을 통해서 내 인생을 돌아보면 인간과 세상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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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개봉예정인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커밍아웃’은 감독의 연출을 맡은 기욤 갈리엔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엄마와 친구들, 심지어 본인도 자신을 게이라고 믿었던 소녀감성 충만한 남자 기욤이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 하는 인생 최고의 반전을 담은 유쾌한 코믹감동실화다.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커밍아웃’은 화려한 수상 실력으로 이목을 끈다.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최고 영화상 수상, 제39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 남우주연상, 신인감독상, 각색상, 편집상까지 5개 부문 석권, 제18회 부산 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에 초청되어 5000여 명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여기에 감독의 자전적 내용이라는 흥미진진한 사실성도 더해지면서 예비 관객의 극장 나들이를 활발하게 만든다. 예고편은 2만977번 재생된 바 있으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에서 0.2%를 받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넘치는 관심은 아니지만 조용하면서 강한 애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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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