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는 친 엄마가 도망간 후 의붓아버지 용하와 할머니로부터 학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 도희 앞에 또 다른 상처를 안고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이 나타나고, 영남은 용하와 마을 아이들의 폭력으로부터 도희를 보호해준다. 도희는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구원자이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영남과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영남의 비밀을 알게 된 용하가 그녀를 위기에 빠뜨리고 말게 된다. / ‘도희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할리우드 영화 ‘주피터 어센딩’을 찍고 있을 당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배두나는 ‘도희야’ 속 외로움에 공감했고, 충무로 복귀작으로 택했다.
무엇보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2009)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바 있는 그녀는 이번엔 한국영화로 5년 만에 칸에 입성했다. 배두나는 칸영화제 초청 소식을 접하고 집 안 곳곳을 뛰어다녔다고 했다. 초청만으도 좋았지만 한국영화로 칸 영화제를 다시 가게 된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도희야’는 폭력에 홀로 노출된 소녀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선택을 둘러싼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극 중 배두나는 소녀를 구원하려던 여자 영남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도희야’에 대한 끌림이 강했다. 책을 딱 펼치고 첫 문장을 읽으면 느낌이 오듯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는 ‘도희’라는 캐릭터는 한국에서는 나오기 드문 여성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고, 이 작품이 엎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어떻게 보면 영남과 내가 비슷한 부분이 없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영남처럼 완벽하게 감정을 억누르면서 살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영남 역할을 하면서 힘들었다.”
‘도희야’는 잔잔함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를 위해 출연 배우들은 감정을 절제하고 섬세한 연기를 소화해야했다. 배두나가 맡은 영남 역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정주리 감독님과 현장에서 조율하면서 촬영하지는 않았다.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심지어 시키지 않을 때도 있었다.(웃음) 나중에 감독님이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촬영을 할 때보다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배두나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 정주리 감독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었다. ‘감독님은 어떤 사람일까, 같이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함께 호흡을 맞춘 정주리 감독에 대해 ‘뚝심 있고 도희 같은 감독’이라고 언급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극 중 영남은 도희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경찰이기도 하다. 배두나는 경찰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웠다. 도희를 학대하는 양아버지 용하(송새벽 분)를 호신술을 사용해 넘어뜨리는 장면에서 거침없이 송새벽을 넘기는 배두나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배두나에게 ‘호신술도 따로 배웠냐’며 이 장면에 대해 물으니 ‘깔깔’ 웃음이 먼저 돌아왔다.
“하하하. 호신술을 따로 배우긴 했다. 그 장면 촬영 전에 송새벽을 불러 따로 연습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시원하게 넘기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송새벽을 열 번 이상은 넘긴 것 같다.(웃음)”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를 다양하게 출연하고 있는 배우 중 한명이다. 국내외로 여러 경험을 쌓고, 탄탄한 필모그래프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외국영화 촬영과 한국영화 촬영에 대해 어떤 다른 점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영화의 힘은 막 달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생기는 힘과 기를 쫙 몰아가는 거다. 그게 외국영화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부드럽게 진행된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