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MBN스타 최준용 기자] 아무렇게나 길러 넘긴 머리에 까맣게 탄 얼굴. 거기다가 건들거리며 전라도 사투리로 뱉는 말마다 얄미워도 정말 얄밉다. 술에 취해 의붓딸을 폭행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공분을 자아낸다. 또 불법 체류자 고용문제로 영남(배두나 분)에게 걸려 체포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알아낸 영남의 비밀을 빌미로 궁지에 빠뜨린다. 바로 영화 ‘도희야’(감독 정주리)를 통해 생애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송새벽 얘기다.
송새벽은 제67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된 ‘도희야’를 통해 배우인생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프랑스 칸의 영화진흥위원회 파빌리온 부스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송새벽은 공식 스크리닝 이후 외신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서인지 설렘과 행복이 가득한 표정을 나타냈다.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에요. 공식 스크리닝 시작 전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취재진이 턱시도를 차려입고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이렇게 큰 영화제에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영화제 관계자 분들의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기분 좋고, 참여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게 잘 즐기고 있습니다. 하하.”
송새벽은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부터 ‘방자전’의 ‘목표가 뚜렷한 변사또’까지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된 코믹 캐릭터에서 벗어나 ‘도희야’의 용하라는 새로운 악역 캐릭터로 스크린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용하는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대소사를 챙기는 유일한 청년으로, 술만 먹으면 그의 딸 도희(김새론 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의붓아버지이다.
거칠고 입체적인 캐릭터 ‘용하’는 오랜 기간 연극무대에서 다져온 뛰어난 연기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됐지만 배우 송새벽에게 남다른 고충도 안겨줬다. 바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구타 장면. 물론 연기이긴 하지만 작고 여린 김새론이나 불법체류 노동자를 연기한 동료 배우들을 때리는 일은 평소 사람 좋기로 유명한 송새벽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김새론 양이 촬영 중 제게 ‘저 맞는 연기 잘해요’라고 말했어요. 찍기 전까진 걱정도 많았고
한편, 김새론이 열연한 ‘도희야’는 22일 개봉된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