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도희야'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까지의 사전 정보가 적당하다. 제작사와 영화 홍보사는 이 영화의 재미를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고민을 했던 게 느껴진다. 영화 사전 설명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폭력에 홀로 노출된 소녀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선택을 둘러싼 드라마'라고 하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외딴 바닷가 마을에 좌천돼 내려온 파출소장 영남이 폭력에 홀로 노출된 14세 소녀 도희를 만나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다 오히려 도희의 의붓아버지 용하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사전 정보도 괜찮다.
영화는 스펙터클한 경관이나 오감을 자극하는 액션은 없지만 긴장감은 상당하다. 도희와 영남, 용하가 만들어가는 긴장의 끝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것 같다. 상황과 사건들이 전개되는 과정은 절묘하게 관객의 가슴을 후빈다. 정주리 감독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담아내는 방식ㆍ형식이 눈에 띈다.
사실 영화는 어떤 배우가 출연한다고 오픈하면서 스포일러를 몇몇 노출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역할에 그렇게 큰 관심을 두는 이는 별로 없었을 테다. 관심이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으니 안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도희야' 측은 오히려 좋아해야 한다. 사전 정보가 없어야 영화 보는 맛이 제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도희야'는 배우 현빈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역린'이나, '더티 섹시'에서 '묵직한 아저씨 액션'을 선보인 '표적'보다 관심이 덜했다.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는 배우 배두나가 출연하기는 하지만, 큰 관심을 불러올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관심을 불러온 영화는 숨겨진 비밀병기와도 같은 느낌이다. 충분히 초청을 받을 만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국제영화제 초청이 영화의 모든 걸 다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희야'가 가진 힘은 지루할 지도 모를 소재와 내용의 이야기를 담은 2시간여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한다.
김새론은 또 한 단계 성장했다. 매번 얼굴을 비칠 때마다 과거 작품들이 생각나게 하지 않는다. 오롯이 도희가 됐다. 송새벽 역시 웃기는 배우로만 소비된 것이 억울했던 듯 제대로,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배두나도 두말하면 잔소리. 배두나가 연기한 영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완벽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20분. 청소년관람불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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