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남자주인공 진평(송승헌)을 한눈에 반하게 할 정도로, 매력 가득한 여성은 이 영화에서 제1요소로 꼽아야 할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여주인공에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까지도 있다.
김대우(52) 감독은 "전적으로 내 연출 지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곤 나쁜 이야기를 듣는 건 자기 잘못이라고 한다. 그는 "임지연이라는 배우가 활발히 뛰어놀 정도로 해주지 못한 감독이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그래도 "지연씨는 성공적인 데뷔를 한 건 같다"고 만족해했다.
김 감독은 이제 관객으로 돌아가 임지연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건 무슨 말일까.
"지연씨의 연기적인 평가는 또 다른 감독을 만나,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나면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정확하게 어떤 얘기를 안 하니까 '뭔가 못마땅한 게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 나중에 평가하고 싶어요. 신인이 노출까지 있는 영화를 했는데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이 더 대단한 것 아닌가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죠. 임지연이 좋은 배우인 건 맞아요. 담대하고, 어려운 신일수록 과감하죠. 임지연은 '색계'의 탕웨이도 아니고, '은교'의 김고은도 아니고, '제5원소'의 밀라요보 비치도 아니에요. 나중에 자기 색깔이 나오겠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김 감독은 "현장에서 한 번도 소리 지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신인 여배우를 배려한 것이었고, 영화를 위한 것이었다. "여배우는 윽박지르면 얼굴이나 표정이 뭉개져요. 한 마디로 얼굴이 못생겨 보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예쁨을 받으면 얼굴이 예뻐 보이게 되거든요? 목소리는 ADR(후시녹음)로 조절할 수 있지만 얼굴이 예뻐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죠."
임지연을 캐스팅했을 때의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보자마자 선택한 거나 다름없다"는 말로 애정을 드러냈다. 임지연과 소속사 매니저를 함께 만난 김 감독은 이 여배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눈을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덜컥 '합시다' 할까 봐"라고 했다.
"산술적이고 종합적인 데이터를 보면 임지연을 선택하면 안 됐죠.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캐스팅된 뒤, 다른 여배우가 나섰던 타이밍이었지만 임지연을 택했어요.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카드는 아니었는데 투자사도 흔쾌히 동의해줬어요. '더 생각하면 안 될까?'라는 말도 없었죠. 간단하게 응해서 제가 오히려 '어, 잠깐만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죠."
물론 결정을 하고 나서는 "당황과 경악, 공포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임지연은 영화 속 종가흔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현실 속 임지연은 털털하고, 당돌하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이기까지 했다.
특히 임지연을 비롯해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첫 리딩할 때는 "큰일 났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이 원하는 극 중 모습과 배우들이 모두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은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잖아요"라며 다독여줬다는 조여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조여정은 앞서 '방자전'에서 김 감독과 환상의 호흡을 보인 바 있다.
김 감독은 "이 영화가 비난을 받게 된다면 전적으로, 100% 자기 책임"이라고 또 한 번 강조했다. 스태프와 배우, 투자사 등 모두가 자신을 믿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에 뛰어들어가라'고 했어도 배우들은 들어갔을 것 같다"고 했다. "배우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영화가 부족한 건 자기 탓이다. 본인이 남자와 여자가 되어 시범을 보였고, 배우들은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전 애드리브를 못하게 해요. 이유가 있어요. 어떤 배우가 애드리브를 하고 그걸 받는 배우가 당황하게 된다면 1초, 혹은 0.5초의 텀이 있죠. 그 시간이 쌓인다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어딘가 공기가 희박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애드리브를 하지 않으면 서로 연기를 기다려요. 예측하고 각자의 대사를 던지는데 그건 진짜 연기의 대결인 거예요. 애드리브 대결이 아닌 진짜 연기 대결을 원해요."
'인간중독'은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이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남녀주인공의 정사 장면은 파격적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파격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멜로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베드신 말고도 볼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혹자는 '불륜 조장 영화야?'라는 색안경을 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결혼을 했던, 안 했던 사랑의 찬란함은 겪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숨 막힐을 듯한 사랑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으면 한다. 윤리적인 부분은 그 이후 문제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