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 80년대 아이들의 폭발적인 인기 ‘호랑이 선생님’
‘호랑이 선생님’은 MBC에서 시작된 국내 최초 학교 중심의 교육 현장을 다룬 드라마로 1981년 첫 선을 보였다. 1기를 시작으로 1986년 3기까지 많은 아역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지금 들으면 생소한 이름이지만 황치훈, 우종윤, 강문영, 윤유선, 엄효정 등의 배우들이 아역 스타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아이들이 중심이긴 하지만 제목대로 호랑이 선생님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덩치에 부리부리한 눈, 무시무시한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 역은 조경환이 맡았다. 현재는 세상을 떠나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당시 어린이였던 70년생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 동료 교사는 물론 학생까지 사로잡은 마성녀 ‘거침없이 하이킥’ 서민정
가족이 주인공이 되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서민정은 윤호, 민호의 담임 선생님으로 풍파고에 부임했다. 초임 교사답게 서민정은 어리바리한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줬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매번 넘어져 ‘꽈당 민정’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이렇게 움직이는 시한폭탄 같은 매력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한 덕분일까. 서민정은 동료 교사인 민용과 제자 윤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친구의 전 남편이기도 한 민용과 알콩달콩하지만 절절한 로맨스를 보여줘 ‘하이킥’의 러브라인을 담당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윤호의 일편단심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재회한 두 사람의 모습으로 막이 내리면서 해피엔딩을 점칠 수 있게 됐다.
◇ 조폭 딸 잡으려면 집으로? ‘아이엠 샘’ 양동근
교육에 대한 욕심 없이 살아가던 고등학교 교사가 조폭의 딸의 입주 과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아이 엠 샘’은 한국의 교육적 문제와 함께 로맨스가 펼쳐졌다. 문제 학교가 배경으로 펼쳐지다 보니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는 문제아들과 이들을 바로 잡으려는 선생님의 고군분투가 마치 일본 드라마 ‘고쿠센’을 연상케 했다.
힙합 스타일을 고수하던 양동근은 선생님 역할을 맡고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백치미 넘치는 유미 역을 통해 스타가 된 박민영의 차기작이며, 빅뱅 탑의 연기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 집에서 알콩달콩 엮이는 양동근과 박민영의 모습이 유쾌하게 펼쳐졌지만 두 사람에게 케미는 아쉬움을 남겼다.
◇ 일본 원작을 한국 스타일로…‘공부의 신’ 김수로-‘여왕의 교실’ 고현정
‘공부의 신’과 ‘여왕의 교실’의 공통점이라면 두 작품 모두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다. ‘공부의 신’은 ‘꼴찌 동경대 가다’라는 만화를, ‘여왕의 교실’은 일본에서 대 히트를 쳤던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다. 그래서 두 작품은 한국식으로 각색을 하긴 했지만 일본적인 색채가 남아 있어 일부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의 신’의 김수로와 ‘여왕의 교실’ 고현정은 확고한 자신만의 교육관으로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과거 폭주족 출신의 문제아였던 김수로는 아이들을 일류대에 보내기 위해 원칙을 고수하는 고지식한 캐릭터를 맡았다. 아이들을 자극하며 공부에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김수로 외에도 배두나, 오윤아, 변희봉, 이병준 등이 각 과목 선생님으로 등장했는데 영어 선생님이었던 이병준은 춤을 추며 공부를 가르치는 독특한 캐릭터로 웃음을 담당했다.
‘공부의 신’이 웃음 코드가 가득했다면 ‘여왕의 교실’은 학원물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음침했다. 그 가운데에는 상처를 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현정이 있었다. 고현정은 항상 검은 옷을 입고 웃지 않는 일명 ‘마녀’로 분해 카리스마를 뽐냈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여왕의 교실’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과한 교육열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한국식으로의 각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고현정 못지 않은 열연을 펼친 아역들의 깜찍한 연기가 보는 눈을 충족시켰다.
◇ 스쳐간 선생님들만 수십 명…전통의 학교 시리즈
1999년 시작한 ‘학교’ 시리즈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입시 전쟁인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었고 학생들의 성장기를 진중하게 다루었다. 그 결과 ‘학교’는 스타 등용문으로 불렸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대본이 소개될 만큼 막강한 파워를 가졌었다.
지금 살펴보면 ‘학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은 장혁, 최강희, 배두나, 조인성, 공유, 김민희, 하지원, 이동욱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의 선생으로 등장한 이들은 이한위, 조재현, 조민기, 이창훈 등으로 학생들 못지 않게 앳된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많았지만 점점 그 힘을 잃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12년, 학교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 위해 탄생한 ‘학교 2013’이 제작된다고 했을 땐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학교 2013’은 김우빈, 이종석을 스타덤에 올려놨고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선생님들의 성장기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성공을 거뒀다.
한 반의 공동 담임을 맡은 장나라와 최다니엘은 전혀 다른 교육관을 가진 인물들로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학교가 학생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고 겉모습만 달라졌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입시 전쟁의 현실을 꼬집었다.
공효진과 김하늘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선생님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것도 훈훈한 남학생의 절대적 구애를 받고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공효진은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와 ‘건빵선생과 별사탕’을 통해서 선생님으로 분했다. 공효진은 ‘상두야 학교가자’에선 고등학교 동창이었지만 현재는 전과자에 미혼부인 비와 선생과 학생으로 호흡을 맞췄다. 코믹할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이경희 작가 특유의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었다.
오히려 ‘건빵선생과 별사탕’에서 공유와 완벽한 케미를 발산하며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 여신으로 거듭났다. 공효진은 거침없는 10대 공유의 끊임없는 사랑 고백을 받으며 ‘공블리’ 매력을 발산했다.
드라마 속 선생님하면 가장 떠오르는 인물을 바로 김하늘이다. 김하늘은 2002년 방송된 ‘로망스’를 통해 나이를 속인 김재원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선생님 역할을 소화해냈다. 선생님과 제자의 금기에 가까운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했으며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명대사까지 탄생시켰다.
이후 김하늘은 10년 만에 ‘신사의 품격’으로 다시 선생님이 됐다. ‘로망스’에서 학생과 러브라인을 이뤘다면 ‘신사의 품격’에선 학부형과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여전했다. ‘로망스’에선 여린 선생님이었다면 ‘신사의 품격’에선 남학생들까지 확 휘어잡는 카리스마 있는 여성으로 변신했다. 그 결과 ‘윤리 여신’으로 불리며 문제아 김우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김하늘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도 선생님 역할을 하며 ‘선생님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