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도와 조치를 취했다. 공연의 경우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던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당장 있는 공연을 취소할 순 없었다. 대신 공연과 연결된 행사들은 하나 둘 취소됐다.
사고 발생 이틀 뒤 프레스콜을 열 예정이던 뮤지컬 ‘풀하우스’는 아예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오필리어’ 측도 같은 이유로 4월 23일 예정된 제작발표회를 취소했으며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모든 행사를 미뤘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 장소 섭외가 중요하다. 몇 달 동안 장소 대관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연자체를 취소하기 보다는 이벤트를 취소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 측은 22일, 23일 진행 예정이던 포토데이 이벤트를 취소했고 ‘보니 앤 클라이드’ 제작사도 22일부터 27일까지 예정했던 관객과의 대화와 팬사인회를 전격 취소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연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는 상태이지만 팬사인회 이벤트는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조용하게 지나가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당초 4월 26일, 27일, 5월 3일, 4일 2주간 진행 예정이던 ‘뷰민라’는 세월호 사태 속에서 공연을 강행하려 했지만 공연 하루 전날 공연장인 고양문화재단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됐다.
고양문화재단 측은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취소 이유로 밝혔지만 주최측은 물론 출연을 예고했던 가수들까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문화 속에서 가요만을 가볍게 본다는 비난까지 쏟아졌고 결국 주최 측은 소송을 준비할 것을 예고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공연계는 조금씩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가요 무대들의 재개는 조금 늦어질 전망이다.
한 뮤지컬 공연 관계자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세월호 이후 공연계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홍보를 주관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누가 먼저 나서기도 애매하다. 그래도 조금씩 움직임의 물꼬가 틀 것으로 전망된다. 떠들썩한 행사는 아니라도 소소한 행사를 비롯해 공연 홍보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요계는 타격을 제대로 맞았다. 1년 중 가장 행사가 많은 달이 5월이지만 현재 지역 행사들을 비롯한 콘서트, 락페스티벌 등이 취소됐다. 축제를 진행했던 대학들도 애도를 표하며 축제를 취소하거나 가을로 미뤘다.
한 가요 관계자는 “5월에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인데 공연 자체가 취소가 되는 상황이라 타격이 크다. 이미 공연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취소하고 계약금을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4년 전인 2010년 3월에도 발생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많은 군인들이 희생당했다. 당시 가수들의 음반 활동은 취소되거나 미뤄졌고 공연계도 침통한 상황이었다. 하반기 이후 등장한 대작들로 인해 뮤지컬, 연극계는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3월에 발생한 사고의 여파는 5월까지 지속됐다. 이와 비교했을 때 세월호 참사 이후 공연계 움직임은 빠르게 부활한 상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천안함이나 사스가 발병했을 때도 공연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스가 유행했을 땐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공연장에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천재지변에 어쩔 수 없는 영향을 받는 곳이 공연계다. 천안함 당시와 현재를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라고 전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