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때에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지배되는 군관사 안에는 모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인 교육대장 김진평과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진평의 아내 이숙진이 있었다.
최고의 내조를 펼치며 남편을 배려하고 애정을 쏟았던 이숙진. 그녀에게는 상처가 하나 있다. 남편이 부하의 아내 종가흔에게 빠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화끈하고 뒤끝 없는 성격으로 금세 이성을 되찾고 현재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숙진(이하 이): 어머어머, 날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찾아오다니. 음~ 느낌 좋아! 아주 재밌는 인터뷰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우리 가깝게 지내요.
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말로만 듣던 엘리트녀를 드디어 만나게 돼 너무 영광이에요. 역시 오늘도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계시네요. 패션이면 패션, 사랑이면 사랑, 숙진 씨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파서 이렇게 찾아오게 됐어요.
이: 너무 잘 찾아왔다. 내가 또 기자님 오신다고 샌드위치를 한 번 준비해봤어요. 예전에 나들이 갔다가 먹었던 간식인데 맛이 아주 끝내준답니다. 음~ 스팸~. 역시 맛있네, 맛있어. 그럼 나의 패션부터 설명해주면 되는 건가요?
손: 네.(웃음) 아무래도 ‘이숙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뿔테안경과 원피스에요. 이 두 가지 아이템을 정말 애용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이지만 혹 뿔테안경이나 원피스에 담긴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이: 기자님이 역시 센스가 있으셔. 아주 도사네, 도사야~. 내 남편 알죠? 잘생기고 유명했던 김진평 대령. 남편이 나에게 홀딱 반해버린 게 안경과 옷 때문이었죠. 뿔테안경은 내가 좀 더 지적여 보인다나? 옷은 원래 내가 심플한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선물해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글쎄 좋아죽더라고요~. 오호호호호. 나도 뭐 우리 대령님 사랑 계속 받고 싶었고, 입다보니 나에게 이 옷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지금까지도 애용 중인 거랍니다.(웃음)
손: 역시 대령님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시네요. 보면 엘리트 여성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내조녀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내조의 온힘을 다했다고 들었어요.
이: 뭐 그땐 그랬죠. 우리 대령님밖에 없었고, 내가 할 일은 대령님이 집에 오면 따끈하고 맛있는 밥을 차리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죠. 대령님이 관사에 갔을 땐 승진을 위해서 이곳저곳을 안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호호.
손: 정말 대단하세요. 대령님을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그렇게 정성을 다했는데 최고로 행복하고 모든 이들과 기쁨을 나눠야 할 시간에 대령님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됐잖아요. 그 당시 배신감과 상처가 컸을 것 같아요.
이: 그날은 그동안 나의 내조가 빛을 발한 날이었어요. 우리 아이의 존재를 알리는 날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대령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본 날이기도 했죠. 당시에 어느 누가 배신감이 안 들었겠어요. 대령님이 너무 미웠고, 동시에 많은 생각이 오고가더라고요. 그리곤 며칠을 생각했죠. 사람들은 당장 본가로 돌아가는 게 났지 않겠냐고 했지만 제 마음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휴~ 기자님이 주책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내 결정은 ‘그래도 끝까지’였죠. 그게 대령님의 부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다들 나보고 남편에 너무 빠졌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남편중독’에 걸린 여자 맞는 것 같아요.(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