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순수해 보이시나요? 순수하다기 보단, 순수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지난 해 SBS ‘K팝스타 2’를 통해 대중 앞에 선 악동뮤지션은 식상한 기계음과 댄스음악에 지친 음악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 해 오디션 우승 후 YG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이들은 예상보다 더 큰 파괴력의, 과연 ‘악동’다운 음악으로 1년 만에 돌아왔다.
악동뮤지션 정규 1집 타이틀곡 중 하나인 ‘200%’는 공개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올킬, 4월 한 달 내내 아이유&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와 낮과 밤에 걸쳐 엎치락뒤치락했다. 이는 신인들끼리의 경쟁 치고는 흔치 않은,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악동뮤지션에게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부탁했다. 이에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다.
“음 그런데 저희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1위에 연연한 건 아니었어요. 1위를 하면 ‘우와~’ 하며 좋아했다가 그분들이 1위 하시면 ‘어 떨어졌다’ 이걸 반복했죠. 언제 순위가 올라갈 지 기대하거나 기다린 건 전혀 없었어요.”(수현)
기자의 질문이 우문(愚問)이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한다는 이제 갓 열여덟, 열다섯 남매 악동뮤지션에게 1위에 목매는 ‘어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데뷔 앨범은 멤버 찬혁의 자작곡으로 꽉 채워졌다. 개인적으로 악동뮤지션이 좋아하는 곡은 ‘인공잔디’와 ‘안녕’이라고. “타이틀곡이 아니라 아래쪽에 배치된 영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라 약간 아쉽긴 해요.”(찬혁)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곡이 있겠냐만서도 특별히 가수가 애착을 갖는 곡은 팬들에게도 특별할 터.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뒤늦게’ 궁금해진다면 이 두 곡을 들어보는 것을 감히 추천해본다.
아직은 어떤 꾸밈도, 포장도 불가능할 나이의 어린 뮤지션인 만큼 두 사람의 ‘느낌’은 음악으로써 어느 정도 짐작 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본 수현, 찬혁의 모습도 궁금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특, 장점을 가진 인물일까.
“수현이는 마음은 약한 것 같아요. 긴장도 잘 하고, 상처도 쉽게 받고. 그렇지만 겉으로는 잘 티가 안 나는? 무대에 딱 서면 마음은 떨고 있어도 표정은 환하고. 화보 촬영도 밝고 능숙하게 잘 하잖아요. 그리고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어요. 수현이랑 대화하는 분들을 보면 모두 웃고 있더라고요. 동생 덕분에 저도 그 효과를 보는 거 같아요.”(찬혁)
“오빠는 좀 표정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사실 저보다 더 안 떨어요. 그런데 무표정일 때가 많아 떨고 있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받을 때가 많죠. 가끔씩 오빠의 본래 성격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무대에서에요. 즉흥적으로 하는 특이한 몸짓, 발짓을 좋아하는데 예능 할 때 그런 걸 잘 발휘했으면 좋겠어요.”(수현)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변함없는 음악’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순수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리고 악동뮤지션으로 활동하는 한, 수현이의 목소리와 가창력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제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요.”(찬혁)
뗄레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느낌의 악동뮤지션이지만 언젠가 솔로 활동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다 했다. 이들은 “지금은 같이 해서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지만, 수현이가 솔로로 할 땐 또 다른 악동이 되고, 나는 또 도전한다면 더 음악성 있는 쪽으로 도전하고 싶다”고 솔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직은 청사진 단계지만 언젠가 솔로 활동이 결정된다 해도, 아마도 악동뮤지션에 ‘의한’ 찬혁, 수현 솔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아직은 오빠 곡으로만 노래하고 싶다”는 수현의 솔직한 발언이 이어졌다.
“다른 누군가와 콜라보레이션도 물론 좋고, 욕심도 나요. 그렇지만 오빠 노래로 하고 싶어요. 다른 분의 노래를 하는 건 아직 좀 무서워요. 우린 우리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보컬 디렉팅도 우리끼리 하는데, 다른 분의 노래를 하면 제 목소리가 바뀌거든요. 저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잡기 전에는 오빠 곡으로만 하고 싶어요.”
그런가하면 찬혁은 언젠가 꼭 곡을 주고 싶은 ‘사심’ 가수가 있는지 묻자 “아직은 누구에게 곡을 줄 만큼 역량이 뛰어나진 않다. 우리끼리 할 때 최고의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면서도 “더 발전해서 훌륭한 곡을 쓸 수 있다면 자이언티 선배님이나 타블로 선배님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특별한 사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록곡 ‘얼음들’을 통해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에 대한 약속을 했다”고 했다. 가수들에게 으레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팔색조 변신’이라고 하지만, 악동뮤지션의 ‘순수성’에 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순수를 강요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순수하냐’는 질문에 “순수해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이들이 그 스스로, 대중 앞에 한 약속이 유효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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