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지난 12일 MBC 측은 주말드라마 ‘호텔킹’의 연출가인 김대진 PD가 하차하고 애쉬번(최병길) PD로 대체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PD 교체에 MBC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일축하려 했지만 하차를 통보 받은 김 PD가 한 매체를 통해서 “작가가 PD 교체를 요구해서 하차하게 됐다”라는 실상을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13일 MBC 드라마국 PD들은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긴급 총회까지 열리는 사태를 맞았다. 당사자인 김 PD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PD들은 회의를 통해 이번 사안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일방적인 PD 교체는 PD의 현재 주말극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호텔킹’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뿐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던 ‘황금무지개’의 후속작인 ‘호텔킹’은 후광 효과를 얻으며 첫 회부터 경쟁작인 SBS ‘엔젤아이즈’를 앞질렀다.
하지만 6% 대로 저조하게 시작했던 ‘엔젤아이즈’는 아역들의 열연과 청정 스토리에 힘입어 ‘호텔킹’을 따라잡았고 현재 소수점 차이로 치열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호텔킹’은 지난 2005년 방송됐던 SBS 드라마 ‘마이걸’ 커플 이동욱, 이다해의 재회라는 사실만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스릴러가 가미된 로맨스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연 ‘호텔킹’의 스토리는 시청자들을 끌어 당기기엔 부족했다. 여기에 PD 교체라는 문제까지 터지면서 위기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물론 예능에서도 SBS ‘고쇼’나 MBC ‘나는 남자다’, KBS2 ‘1박2일 시즌2’처럼 위기 상황을 맞았서 PD가 교체될 때도 있었지만 예능에서의 제작진 교체는 로테이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는 PD가 한 작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라마에서 제작진이 교체되는 경우는 정말 위기 상황에서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05년 방영됐던 SBS ‘세잎클로버’는 이효리의 연기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첫 회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시청률이 떨어진 것은 물론 작품 자체로 혹평을 받자 제작진은 방송 6회 만에 장용우 PD에서 이재원 PD로 교체됐다.
2010년 방송된 SBS ‘대물’도 잡음이 끊이지 않은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18%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5회 만에 황은경 작가가 오종록 PD와 이견을 보이면서 하차하게 됐다. 결국 유동윤 작가로 교체됐지만 책임을 지고 오종록 PD까지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다. 이를 두고 배우들이 3시간 동안 촬영장 복귀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렇기에 ‘호텔킹’의 이러한 잡음은 스스로 위기인 사실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미 교체된 애쉬번 PD가 촬영장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위기를 맞은 ‘호텔킹’은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엔젤아이즈’의 중심인 러브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이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PD 교체라는 초강력 응급처치가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