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생각을 생각에서 굳히지 않고 발빠르게 실천에 옮기는 한 사람이 있다.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관객과 조금이라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소개하고 노력하고 있다.
정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은, 강남권에 위치했다. 2013년 1월 9일 문을 연 아트나인은 기존에 있는 예술영화관보다 색다르고 특별함을 갖고 있다.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트나인에서는 영화 관람 후 맥주나 와인을 한 잔하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정 대표는 영화관 이용에 관한 쓴 소리도 달게 듣고 항상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 실천에 옮기고 있다.
◇ 엣나인필름, 그리고 아트나인
Q. ‘엣나인필름’ 소개를 부탁한다.
A. 엣나인필름은 2007년도에 생겼다. 현재 영화 수입을 하고 배급을 하고 마케팅을 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엣나인필름에서 아트나인도 운영하고 있다.
Q. 아트나인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예술영화전용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지는 6년 정도 됐다. 당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주말에는 잘 나가는 상업영화를 틀어주는 등 이 프로그램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내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극장주인 내가 A란 영화를 안 받고 싶어도 거대 배급사들이 영화를 보내면 걸어야했다. 그러면 관객이 들긴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거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영화 공간을 만들어보자)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막상 영화 공간을 찾으니 공간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곳이 경매로 나오게 됐고, 100명이 다 만족 못해도 1명이 만족하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
Q. 아트나인이 관객에게 어떤 공간이 됐으면 하는가.
영화인들의 파라다이스로 만들고 싶다. 아트나인이 노트북 가져와서 시나리오 쓰다가 맥주도 마시다가 영화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소통하는 공간이었음 좋겠다. 그런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Q. 아트나인의 첫돌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트나인이 얼마나 성장한 것 같은가.
A. 성장보다는 아직까지는 색깔을 못 잡은 것 같다. 다들 영화관이 잘되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아직 배고픈 상태다. 아트나인은 항상 (공간을) 바꾸고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공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야외상영, 관객과의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아트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극장이 됐으면 좋겠다. 예술영화가 어렵다는 인식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아트나인이 만들어야내는 색깔인 것 같다.
Q. 그래서인지 관객과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소통할 수 기회가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A. 매달 시네프랑스를 하고 있고, 중간중간 독립영화 기획전도 하고 있다. 영화제는 미쟝센영화제를 하고 있다. 미쟝셴영화제는 아트나인과 잘 맞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Q. 아트나인만에 장점이나 자랑거리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A.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통장소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곧바로 어디론가 이동해야하는 것, 이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다. 영화를 보고 나와 같이 와인을 마실 수도 있고, 혼자서 영화를 보러왔다가도 다른 사람과 영화 이야기를 하며 친해질 수 있고, 감독과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그게 아트나인의 큰 장점이다.
Q. 엣나인필름에선 투자배급도 하고 있지 않나.
A. 독립영화 쪽 관련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해외영화를 수입하는 부분도 나름 색깔 있는 영화들을 보려고 한다. 외국감독들을 우리 스스로 관객들에게 소개시켜줄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엣나인필름에서 제작은 안하고 있었는데 올해 저예산 영화를 제작한다.
Q. 특별히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
A. 엣나인필름을 만들게 된 배경이 일본영화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아이들’라는 작품인데, 극장만 가지고 있을 때 알게 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1년 동안 가위에 굉장히 많이 눌렸다. ‘내가 극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작품을 관객에게 왜 못 보여주나. 내가 보고 마음이 뭉클한데 왜 못하고 있지’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배급, 수요에 대해 몰랐던 내가 일본에 가서 영화를 사오고, 개봉까지 하게 됐다. 이 영화는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나한테 주는 의미와 애착이 많다. 시간이 흘러 봐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다.
◇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영화인, 정상진 대표
Q. 영화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일을 시작한지는 오래됐다. 대학교를 연극영화과를 갔고,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쪽 현장에(연출부로) 기웃거렸다. 영화과를 졸업하는 시점에서는 영화를 잠시 놨었다. 먹고 살아야하는데 생활이 안 될 것 같았다. 현재 취업준비생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졸업 후 방송국, 광고 등의 분야에서 일했는데 항상 ‘영화과를 나와서 영화를 안 하고 있나’라는 숙제와 고민, 갈증이 있었다. 그러다 1998년에 남산 자동차극장을 하면서 영화계에 복귀했다.
Q. 일을 하면서 힘들 때와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A. 힘든 건 항상 힘들다.(웃음) 보람은 스스로한테 찾으려고 한다.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기자, 영화인들, 감독 혹은 영화 정책을 만드는 분들과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시간, 공간이 있다는 게 굉장히 보람 있는 것 같다. 또 내 스스로 영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 있다.
Q. 영화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A. 과연 내가 영화인인가? 과거에 영화관주는 영화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인정이라기 보다는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영화인으로 들어오게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어찌 보면 행복하다면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순간, 책임과 의무도 같이 오는 것 같다. 마냥 즐겁지는 않고 뭔가 계속 고민을 하게 된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하자면.
A. 내 스스로도 완벽하지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