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포스터 |
엘리트 군인이자 선망의 대상인 김진평(송승헌 분)에게는 완벽한 아내 숙진(조여정 분)과 자신을 존경하는 많은 부하들이 있다. 그러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진평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가진 채 남들이 만든 ‘엘리트 군인의 바른 예’ 정석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다소 안타까운 존재다. 그러던 중 진평은 우연히 새장이 가득한 한 집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신비로운 여인 가흔(임지연 분)에게 첫눈에 반한다. 묘한 가슴의 떨림을 받은 그 순간부터 진평은 가흔에게 빠르게 매료된다.
그러나 첫눈에 반한 그녀가 자신의 부하 우진(온주완 분)의 아내임을 알고 진평의 혼란스러움을 커진다. 그럴수록 가흔을 가지고 싶고 만나고 싶어진다. 자신에게는 아내 숙진이 있고 그녀에게는 남편 우진이 있는 상황. 이를 알지만 진평은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고, 가흔 역시 그런 그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비극의 시작을 우아하게 알린다.
‘인간중독’은 1969년 최상류층 군관사를 소재로 남녀의 비밀스럽고 위태로운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첫눈에 한 여인에게 반하지만 알고 보니 부하의 아내, 서로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도 사랑을 갈망하고 어렵게 찾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 비극이란 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상황, 들킬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비밀 연애를 즐기는 대범함 등은 소위 ‘막장’으로 보는 이를 자극한다.
마치 ‘사랑과 전쟁’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는 평범하기 그지없고, 영화의 결말도 눈에 보인다. 그러나 ‘음란서생’ ‘방자전’ 연출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각본 등으로 19금 멜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김대우 덕분에 품격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내와 남편이 있는 진평, 가흔의 로맨스는 대범하고 스릴 있다. 두 부부가 함께한 자리에서의 눈빛 교환, 냅킨에 적은 약속 등은 아슬아슬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가흔에 대한 사랑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진정한 사랑이기에 포기 못하는 진평의 모습은 남자가 사랑할 때를 보여줘 여운을 남긴다. 나아가 나도 김진평같은 사랑을 해봤을까, 할 수 있을까 또는 가흔처럼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적이 있나, 받을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볼 기회도 준다. 때문에 젊은 관객층에게는 가슴 아픈 사랑의 안내 지침작으로, 엄마아빠 관객층에게는 공감 또는 대리만족, 아쉬움을 준다.
↑ 사진=스틸 |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외에도 최상류층 군관사라는 배경은 그 자체만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1960년의 낭만과 멋도 감탄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최상류층 군관사 내 부인들의 봉사 모임명으로 등장하는 ‘나이팅게일회’는 남편들의 출세를 위한 부인들의 노고와 남편의 계급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부인들의 계급, 묘한 신경전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장원에서의 티타임 중 부인들의 뒷담화는 통쾌하지만 왠지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그러나 아슬아슬 달려온 진평과 가흔의 사랑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모두에게 공개돼, 조금은 많이 당황스럽다. 막무가내 사랑을 보인 진평과 달리 가흔은 ‘좋아요, 싫어요’라는 확실한 감정 표현보단 단지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는 듯해 답답하고 아리송하다. “보고 싶었다” “가슴이 뛴다” “귀걸이를 직접 걸어 달라”등의 대사와 먼저 문을 잠그거나 진평을 도발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사랑에 소극적으로 변한 모습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14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