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3S(screen·sex·sports)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하나의 여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대중들이 야구와 친숙해 질 수 있게 만든 데에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붐처럼 불었던 야구 인기가 출범 후 상승세를 탔던 거라면 현재까지 이어져 온 야구의 인기는 중계를 비롯한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90년대 초가 되어서야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갖게 됐지만 시청률에 따라 특정 구단의 중복 중계라는 폐단이 발생했다. 결국 침체 되었던 프로야구 중계는 각 방송사들의 케이블 자회사가 생겨나면서 다시 살아났고 현재는 프로야구 전 경기 중계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등 굵직한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야구팬들이 급증했다.
이렇게 야구 인기가 급증하면서 이를 소재로 이용한 드라마나 영화 등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예능에서의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야구하면 떠오르는 영화와 드라마를 짚어봤다.
◇ 스크린 속에서 활기…흥행도는 ↓
대중들에게 야구 영화로 가장 첫 기억을 남긴 것은 송강호 주연의 ‘YMCA 야구단’일 것이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에서 일제 강점기로 흘러가던 한국 최초의 야구팀인 황성기독교청년회 야구단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야구를 처음 접하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당시 1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4년 개봉한 ‘슈퍼스타 감사용’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 실제로 존재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것도 매회 일반인 선발을 통해 야구 선수가 되어 주목받지 못했던 투수 감사용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범수가 주연을 맡았으며 작품은 호평을 받았지만 약 63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스카우트’는 2007년 개봉해 전국 관객 31만을 기록했다. 서울의 모 대학 야구부 직원이 고교 특급 투수인 선동열을 스카우트 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를 섭외하기 위해 광주로 파견된 호창(임창정 분)의 고군분투를 다뤘다. 흥행면으로 실패했지만 1980년대 묘미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고 임창정의 재발견 영화로도 불렸다.
야구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2011년 나란히 개봉한 ‘퍼펙트 게임’과 ‘글러브’는 선동열과 故 최동원의 라이벌전과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를 모티브로 삼았다. 두 작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투혼’ 등의 작품도 야구를 소재로 삼았다. 특히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던 김현석 감독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는 이후 ‘YMCA 야구단’, ‘스카우트’를 연출하며 남다른 야구사랑을 보여줬다. 야구 영화들은 대중들의 관심은 모았지만 대체적으로 흥행 성적은 부진해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에서 야구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없었다. 다만 하나의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특화됐다.
2007년 방송된 MBC ‘9회말 2아웃’은 뜻하지 않게 같은 집에 살게 된 서른 살 동갑내기 친구인두사람이 30대에 막 접어든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상실감과 희망을 다룬 드라마였다. 야구를 매회 에피소드 식으로 녹여냈고 야구를 통해 인생이 한 면을 리얼하고 공감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야구 선수 출신인 이태성이 수애의 연하남이자 야구선수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선보인 ‘난폭한 로맨스’는 야구선수 남자 주인공을 유도선수 출신 경호원 여자 주인공이 경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다뤘다. 이동욱이 안하무인 야구 선수를 맡으면서 매회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야구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며 웃음을 선사했지만 최고 시청률이 7%대일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간간히 야구가 게임의 일부로 등장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야구 경기를 다룬 프로그램은 KBS2 ‘천하무적 야구단’이다. 김창렬, 이하늘, 한민관, 오지호 등을 필두로 한 ‘천하무적 야구단’은 오합지졸 야구단이 성장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단순히 경기를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사회인 야구단 수에 비해 부족한 구장 건립을 위해 앞장서며 공익성도 잡았다.
이외에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야구를 게임으로 다루거나 KBS2 ‘1박2일’에서 야구단 관람에 나서고 경기 중간 응원을 펼치는 모습 등이 보여지면서 브라운관 속 야구의 친숙함을 보여줬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