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전북)=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스틸 |
영화 ‘사이버 사랑’은 2010년 한국에서 발생한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젊은 부부의 영아 유기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스케이프-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에 초청돼 많은 관객을 만났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한 남성과 그를 어이없지만 안쓰럽게 바라보며 취조 중인 한 형사.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만큼 관객들도 숨죽이며 남자의 대답을 기다린다. 자식이 언제 죽었는지도 긴가민가해하는 모습은 진짜 아빠가 맞는지 의심케 한다.
2010년 한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사이버 사랑’은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의 도리를 아는 이라면 누구나 젊은 부부를 원망하게 된다. 그러나 이 원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까움으로 변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결국 현실에서 다하지 못한 희망을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맘껏 분출한 것이라 그저 안타깝다.
젊은 부부의 딸인 사랑이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부모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이들은 낳기만 했을 뿐 어떻게 사랑하고 보듬어줘야 되는지 몰랐다. 때문에 굶어죽어 세상을 떠났다. 21세기에 굶어죽다니.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실화라는 사실에 또 다시 먹먹함을 안긴다.
더욱이 자신의 아기를 굶어 죽인 이 젊은 부부는 가상공간 속 자신의 아기 및 아바타는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래서 관객은 물론 사건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은 사실여부를 떠나 사랑이의 어이없는 죽음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게 된다.
젊은 부부의 영아 유기 사망 사건은 전대미문이며 온라인 게임 중독의 나쁜 예를 단적으로 드러내, 다시 한 번 ‘게임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영화 속 등장하는 넥슨(게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알리고 놀이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맡은 임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다양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이 부부도 조금씩 게임에 빠져들었으며 아내는 만삭임에도 PC방을 방문하기도 했다.
영화는 게임 때문에 자신의 아기를 죽인 젊은 부부를 통해 날로 발전하는 IT산업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나쁘다 좋다 등 한 방향에 쏠리기보다는 장단점을 적절하게 배열해 오히려 경각심을 높여준다.
IT산업의 발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줘 교훈을 주다가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진정한 사랑과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특히 뒤집어진 우산 때문에 당황해하는 한 꼬마를 위해 엄마로 보이는 한 여자가 다가와 당연하다는 듯 우산을 고쳐주는 장면은 자녀를 향한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여성은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통화 중이고 다른 한 손으로만 뒤집어진 우산을 고쳐주며 너무도 태연하게 자식을 향한 사랑과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마지막 ‘이 영화는 사랑이에게 바칩니다’ 라는 메시지의 등장은 제2의 사랑이가 나타나지 않길 원하는 모두의 바람이 담겨 시선을 뗄수없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