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이후 예능프로그램들이 전부 올스톱했다. 웃음을 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지만 대부분의 대중들도 이를 수용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애도에 동참했다.
예능프로그램들이 전면 결방을 선언하면서 방송사들은 각종 다큐멘터리와 교양프로그램으로 이 시간을 메웠고 사고 발생 2주 만에 각 방송사 편성표에는 예능프로그램들이 부활했다. 하지만 정규 방송을 내보내기엔 눈치를 보던 방송사들은 각종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달 21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딱 그 상황이었다. 이미 녹화는 마친 상태였지만 평소처럼 방송을 할 상황은 아니었기에 ‘힐링캠프’ 제작진은 지난해 9월 출연했던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편을 내보냈다.
이러한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져있는 시기에 화상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온 이지선의 출연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지만 대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재는 사회복지학 박사까지 취득한 이지선의 모습은 다시 봐도 감동이었다. 치유가 필요한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이다.
같은 날 방송된 SBS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 디렉터스 컷도 후속작 ‘닥터 이방인’의 첫 방송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채워진 스페셜 방송으로 생각됐지만 예상보다 알찬 구성으로 시선을 모았다.
종영한 ‘신의 선물’은 결말에 대한 말이 많았다. 디테일한 설정을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수현(이보영 분)의 딸 샛별(김유빈 분)을 구하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했던 동찬(조승우 분)이 실제 범인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방송이 끝난 직후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마지막까지 범인에 대한 떡밥을 뿌려놨던 ‘신의 선물’은 떡밥을 모두 수거하지 못한 채 동찬이 죽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신의 선물’ 디렉터스 컷에선 또 다른 결말이 공개됐다. 대통령 김남준(강신일 분)은 하야를 공식 발표하고, 10년 전 발생한 무진 살인 사건의 진범인 김신유(주호 분)와 무고한 기동호(정은표 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 분)은 체포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샛별과 동찬이 함께 동화책을 읽는 해피엔딩 결말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인과응보를 바랐던 시청자들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었다.
MBC는 가장 먼저 예능프로그램 재개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사남일녀’ 나 혼자 산다’와 26일 ‘세바퀴’를 부활시켰다. 예능 정상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자 MBC는 가족 예능이라는 점을 정상 방송 이유로 밝혔다.
그런 이유라면 ‘아빠 어디가’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될 필요는 없었다. MBC의 대표 가족 예능이기도 하고 웃고 떠드는 ‘세바퀴’가 정상 방송된 가운데 ‘아빠 어디가’가 방송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로 대체한 ‘아빠 어디가’는 ‘힐링캠프’만한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했고 ‘신의 선물’ 디렉터스 컷처럼 새로운 미방송분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MBC의 난해한 편성 기준으로 ‘아빠 어디가’는 왜 스페셜 방송으로 전파를 탄지도 모른 채 마무리됐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