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김승진 기자 |
졸지에 10분 안에 운명 선택의 기로에 놓인 ‘웃픈남’(웃기고슬픈남자) 백종환은 영화 ‘10분’으로 대중의 뼛속부터 우러나오는 공감을 사고 있다. 강한 인상과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목소리, 이보다 더 매력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신인인 듯 신인 같지 않은 알고 보면 신인인 백종환. 그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에서 군기반장 격인 백상병으로 열연한 바 있다. 당시 너무도 차가운 배역을 맡아 ‘지슬’에서는 낯선 존재였다. 그러나 ‘10분’에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새내기 사원 강호찬으로 변신해 친숙하게 한발 다가온 셈이다. 그러니 환영해줄 수밖에.
“처음에 이용승 감독님이 직접 나에게 전화를 했다.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미팅을 한번하자고 제안하셔서 정말 편하게 만났다. 그런데 10페이지가 넘는 오디션용 대본을 주시더라. (웃음) 30분의 시간을 얻었다. 연기는 암기가 아니라 대본을 보고 분석해 편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을 표현했는데 이 부분을 좋게 평가하신 것 같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면 백종환은 엄청난 운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지슬’에서도 존재감 상위권인 그가 ‘10분’에서는 그냥 원톱이다. 포스터에 가방을 메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이 커다랗게 인쇄된 것은 물론 영화를 검색해도 그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KNN 관객상과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작이 좋아 오히려 부담도 될 것이다.
“‘10분’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를 본 지인들은 다들 좋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솔직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지만 지인이 아닌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내가 출연한 작품은 항상 불안하다. 스스로 내 연기에 대해 조금 인색한 편이다. 가족들은 부산영화제 당시 관람했는데 많은 말 대신 그냥 잘 봤다고 했다. 그러나 은근 자랑스러운지 주변에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것 같다. (웃음) 다 좋지만 나를 잘 아는 고향 친구들이 보면 솔직히 낯간지럽다. 본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그런 내가 서울말을 쓰고 연기를 하는 모습이 이들에게 낯설지 않을까 싶다.”
백종환이 맡은 강호찬은 새내기 사원이자 소위 말하는 갑의 눈치를 보는 을이다. 화가 나거나 힘들어도 그저 참고 묵묵히 모든 일을 해낸다. 일상에서 강호찬처럼 무조건 참고만 사는 인물은 없겠지만, 그놈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힘겨워도 참고 버티는 이들은 무수하다. 그래서 ‘10분’은 강호찬의 이야기가 아닌 열심히 이 사회를 사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의 연기력도 공감에 도움을 줬다.
“연기 내적인 것을 많이 준비했다. 일상에서도 강호찬으로 살려고 노력을 해서 친구들도 안 만나고 최대한 조용히 지냈다. 너무 몰입해서인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꿈도 꾸고 많이 힘들었다. 체력적인 스트레스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서 2동안 체중이 4kg이나 빠지더라. 극중 강호찬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분노 표출을 참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다양하고 쉽지만 눈빛이나 다른 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돼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 사진=김승진 기자 |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상당히 비판적이거나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억지로라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게 생각하려 한다. 생각만 했는데도 정말 긍정적으로 변했다. 잘 될 거야 라고 말하면서 상대방도 설득하고 어느 순간 나 자신도 설득하고 있더라. 낯간지러운 말도 못한다. (웃음)”
스스로 과거에는 비판적이었다고 폭로한 백종환. 연기 덕분에 성격도 변했다고 강조한 그는 어떤 매력에 끌려 배우의 길을 걷고 있을까.
“25살에 학교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연기자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은 없었고 예고를 나온 보통의 학생과는 다른 과정을 겪었다. 원래는 연출전공인데 관심을 받는 희열도 있고 연기가 더 재미있어 보였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연기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학교를 들어갈 때는 애착보다는 호기심이었다.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일이구나를 느끼고 존경하는 배우들을 봐도 다들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고 있어 나 역시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종환은 연기에 대한 애정을 보이면서 대학시절 연극을 할 때 주로 코믹하거나 가벼운 캐릭터를 도맡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슬’이나 ‘10분’에서 그리 가볍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인지 그 모습이 쉽게 상상되진 않는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코믹한 배역도 해보고 싶다. 이것저것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천천히 작품수와 캐릭터 수를 채워갈 모습이 기대된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장인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 보통 장인들은 자기 분야는 물론 인생 전반적인 부분까지 통달한 것 같다. 유명하지 않아도 깊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배우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사람이길 원한다. 아직 차기작은 없고 ‘10분’을 통해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연극에 욕심이 있는데 현재 공연을 준비 중인 친구와 만나서 작품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다들 의외라고 하지만 난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웃음) 연기를 시작하면서 억지로 운동을 하듯 독서를 시작했는데 습관이 들어서인지 자연스럽게 손에 책을 들게 되더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기 시작했다.”
↑ 사진=김승진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