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 아니었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내 이야기를 음에 담아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돼 행복합니다.”
서른 셋, 늦깎이 데뷔한 신인가수 빌리어코스티(32.본명 홍준섭)의 말이다. 고교 시절 예체능반에서 뮤지션의 꿈을 키워온 시간부터 생각하면 15년이란 긴 시간 음악과 함께 해 온 그는 “음악이 답이었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느 해보다 잔인했던 4월 어느 날 발매된 빌리어코스티 1집 ‘소란했던 시절에’는 30여 년에 걸친 그의 삶의 경험과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는 특히 20대, 청춘에 느낀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총 10곡의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어쿠스틱, 일렉트릭 기타 녹음까지 직접 소화해낸 가운데 빌리어코스티의 담백한 음악성을 눈여겨 본 불독맨션 이한철은 이번 앨범 프로듀서를 자처했으며 롤러코스터 출신 조원선도 참여해 힘을 실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그 언젠가는’는 어쿠스틱 인디팝의 전형을 보여주는 발라드로 “파주포크콘테스트 리허설을 마친 뒤 평화누리 공연장에서 텅 빈 벌판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곡”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소란했던 시절에’는 어린 시절 연애담을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다. 그는 “어리고 몰라서 더 다투고, 소란했던 시절의 연애담을 갖고 만들어 본 노래”라는 설명과 함께 “내 20대 초반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한참을 말없이’에 대해 빌리어코스티는 “늘 익숙했던 곳에서 이별이 진행되는 잔인함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피아노와 제 목소리 그리고 후반부 등장하는 기타 이렇게 세 가지 음색으로만 만들어진 곡이에요. 이별은 항상 낯설지 않은, 익숙한 곳에서 진행되잖아요. 이별을 앞둔 두 남녀의 마지막 장면을 그림 그리듯, 사진처럼 표현했습니다.”
그 자신의 청춘은 ‘소란했던 시절’로 기억되고 있다. “많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100일 휴가 나왔을 때의 아픔도, 짝사랑했던 사람의 환한 미소도 모두 이번 앨범에 담겼죠. 많지는 않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빌려준 전람회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의 꿈을 키워간 빌리어코스티는 인문계 고등학교 예체능반 학생으로, 연습을 위해 야간 자율학습을 빠진 탓에 선생님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히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노력 끝 원하는 학교에 진학, 음악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지미 레이니, 로니 조단 등 기타리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애쉬드 재즈 장르를 즐겨 듣곤 했다”고 밝힌 빌리어코스티만의 예명은 대학 졸업 후 만나게 됐다. “‘because I love you’에서 ‘빌리(Bily)’라는 글자를 따왔고, ‘어쿠스틱’을 보다 부드러운 어감으로 바꿔 ‘어코스티(Acoustie)’라고 해 빌리어코스티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음악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사랑받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더 늦기 전에, 그는 ‘기타 연주자’ 홍준섭이 아닌 빌리어코스티라는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결심했다. 오래 전부터 틈틈이 만들어 놓은 곡들을 처음으로 선보일 장소는 다름 아닌 ‘거리’였다.
처음엔 서너 명, 이후엔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른 청년, 빌리어코스티. 대중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만 하다. 2005년 제 1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파주 포크송 콘테스트 대상, ABU라디오송 페스티벌 대상, KBS영상음악 공모전 대상, CJ 문화재단의 신인 뮤지션 발굴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 13기 우승 등 정식 데뷔 전부터 ‘난리 났다’.
이러한 수상 경력에 대해 그는 “각 콘테스트 공모전의 성격에 맞는 곡들을 선곡했는데 그런 부분이 도움된 것 같다. 또 대회의 성격이 형성되지 않은 1회 콘테스트인 경우가 많았다”며 예의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서른 셋. 브라운관을 주름잡는 가수들의 평균 데뷔 연령이 10대 후반인 점을 생각하면 ‘신인’ 빌리어코스티의 데뷔 시기가 비교적 늦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는 담담했다. 오히려 “늦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동안 보내온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정규 1집이 내 안에서는 나온 것 같아요.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빌리어코스티의 첫 발걸음이 된 ‘1집’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개인적으로 한 곡 한 곡에 진정성이 묻어있고,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곡들이에요. 타이틀곡만 들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곡을 차근차근 들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앞으로 빌리어코스티만의 특별한 음악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