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수영 인턴기자]
관찰 예능의 인기가 여전하다. MBC ‘아빠 어디가’, KBS ‘인간의 조건’ 등 리얼리티를 앞세운 다양한 관찰예능이 방송가를 이끌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관찰예능은 보이지 않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출연자들의 행동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져 재미를 더했다. 이같은 매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시켰고 이는 시청률로 연결됐다. 제작진은 더 큰 자극을 끌어내기 위해 출연진을 위협한다.
‘리얼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성, 현실 상황을 뜻한다.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며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으로 착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특정한 상황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이렇듯 관찰예능은 시청자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해주며, 더 큰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 추사랑 일본어 자막 오역 논란…‘식탐 많은 아이’로 왜곡?
지난 14일 방송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자막 오역 논란에 휩싸였다. 추사랑은 엄마인 야노시호에게 “엄마도 먹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막은 “까주세요”였다.
또한 야노시호는 “먹고 있어. 엄마는 다 먹었어”라고 했지만, “(너 지금) 먹고 있잖아”라는 자막이 대신했다. 자막만을 두고 보면 추사랑은 한라봉을 먹고 있으면서 욕심을 부리는 아이처럼 묘사됐다. 이 외에도 23일 방송분에서 추사랑과 유토의 대화도 자막이 오역돼 전파를 탔다.
◇ 예능의 목적?…현실보다는 ‘재미’ 추구
자막 오역 논란이 거세지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고의가 아니며 방송용으로 의역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전문 번역가가 있다 하더라도 미흡할 수 있다. 또한 예능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관찰 예능이라 해서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재밌게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연출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현실은 예능을 위한 소재일 뿐이다.
◇ 정준영=나쁜 남자? 실제로는…
재미를 위해 현실이 희생되는 악마의 편집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윤한은 자상함을 강조하고, 정준영은 정유미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를 방송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 정준영의 캐릭터 설정을 위해 집들이하는 중 배달 음식 비닐을 벗기는 상황에서 교차 편집이 이뤄졌다. 실제 정준영은 윤한이 이소연을 챙겨주는 것보다 먼저 정유미를 챙겨 줬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정유미가 윤한 이소연 커플을 부러워하자 정준영이 챙겨준 것으로 편집됐다.
특히 그동안 지적됐던 관찰예능의 문제점은 ‘짝’ 사태로 폭발했다. 비록 교양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촬영 기간 중 한 여성 출연자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프로그램은 결국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 제작진 개입은 필수 불가결…관찰 예능의 홍수 속 ‘생존’ 방법은?
그렇다면 우리는 ‘리얼’을 ‘리얼’로 받아들일 수 없는가. 방송을 더 재밌게 연출하기 위해 제작진의 개입은 꼭 필요하다. 또한 자극적인 설정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출연자의 캐릭터를 정해놓고 그 부분만 과장해 이미지를 왜곡하는 것은 예능의 목적과도 맞지 않다. 그리고 출연자들도 다친다. 그들은 부와 인기를 얻었을지 몰라도 근거없는 악성댓글에 시달리기도 하고, 인권과 안전의
관찰예능은 시청자들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사한 관찰예능이 많은 요즘, 이들이 생존하려면 출연진의 의도를 설사 과장은 하더라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야 출연진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외면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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