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타이틀롤이었던 배우 하지원을 비롯해 ‘기황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지창욱, 끝가지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주진모, 악녀로 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꾀한 백진희, 주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전국환, 진이한, 조재윤 등 다양한 배우들이 활약을 펼치며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역시 하지원’ 그리고 그녀의 남자들
‘기황후’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승냥을 연기한 하지원이다. 앞서 드라마 ‘다모’와 ‘황진이’의 성공으로 ‘사극불패’의 신화를 기록했던 하지원은 이번 ‘기황후’에서도 그 위엄을 증명했다. 하지원은 극 초반 남장여자로 살아가는 기승냥을 통해 거칠면서도 화려한 액션연기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었다. 기승냥이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후 황후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후에는 화려한 춤솜씨와 악기실력 등을 자랑하며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냈으며, 황후 발탁 이후에는 저주마저 이겨내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을 장악해 나갔다.
고려 공녀에서부터 원나라 제1황후가 된 기황후의 일대기를 그린 ‘기황후’인만큼 하지원이 연기하는 기승냥은 모든 갈등과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다. 기승냥이 ‘기황후’ 속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촘촘하게 엮여 있는 만큼,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연기는 필수적이다. 하지원은 51회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완벽한 캐릭터 소화능력을 보여주면서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원 다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바로 지창욱이었다. 처음 기승냥과 대조적으로 철없고 나약한 황제 타환을 연기했던 지창욱은 자칫 잘못하면 답답한 캐릭터로 치부될 수 있는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많은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비록 실수투성이에 부족한 것은 많지만 기승냥을 향한 순수하고도 맹목적인 꽃미남 황제 타환의 순수한 사랑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타환은 극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 캐릭터이기도 하다. 어리숙한 황제였던 타환은 후반부로 갈수록 가질 수 없는 기승냥의 마음에 괴로워하고, 왕유(주진모 분)에게 질투를 느끼며 광기어린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 나갔다.
지창욱은 ‘기황후’에서 그동안 쌓아올렸던 탄탄한 연기력을 분출시켰음을 물론, 연기력 찬사와 함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며 배우생활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 사진=기황후 캡처 |
탈탈 역의 진이한은 의외의 복병이었다. 타환과 왕유처럼 기승냥과 사랑은 나눈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스승으로서, 때로는 책사로서 이성적이면서도 그 중심에는 백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드러내지 않고 기승냥을 진정으로 아끼고 도와주는 모습은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진이한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화투-꽃들의 전쟁’ 여배우들의 화려한 활약
지창욱 못지않은 ‘기황후’의 수혜자는 바로 타나실리 역의 백진희다. 그동안 유순한 외모와 선한 이미지가 강했던 백진희는 이번 ‘기황후’에서 독기서린 타나실리를 통해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백진희는 초반 천상천하 유아독존 타나실리를 코믹하게 표현하면서 사랑스러운 매력은 물론, 이후 기승냥을 향한 질투가 독기와 광기로 변화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양자 마하를 향한 절절한 모정은 배우 백진희의 발전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았다.
연비수 역의 유인영은 카메오 출연이 고정으로 바뀐 케이스다. 등장과 동시에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은 유인영은 왕유의 곁은 지키는 여장부에서, 상단을 지키기 위해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신하는 등 카멜레온과 같은 면모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카리스마를 잃지 않으면서도 왕유를 향한 애절한 사랑은 ‘기황후’ 내에서 또 다른 아련한 로맨스를 그려내며 재미를 더했다.
‘나쁜놈들 전성시대’ 명품배우를 남기다
‘기황후’에서 악의 축 연철을 연기한 전국환의 묵직한 존재감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원나라 최대 권신으로 황제보다도 강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극악무도한 연철을 완벽하게 소화한 전국환은 다른 인물과 끊임없이 대립관계를 이어가면서 ‘기황후’의 긴장의 끈을 쥐고 흔들었다. 극중 전국환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던지 연철이 죽은 이후 ‘기황후’는 그를 대체할 악역의 부재를 호소하기도 했다.
전국환이 사라진 자리를 메꾼 이는 악역은 바로 골타 역의 조재윤이었다. 그동안 타환의 심복인 환관으로서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골탄은 사실 ‘기황후’의 숨은 악역이자 최후의 악역인 매박상단의 수령이었다.
앞선 작품에서 감초 역할들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던 조재윤은 이번 골타 역으로 두 얼굴의 악역을 수월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섬뜩한 카리스마와 살기로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