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역사에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극은 ‘시청률 보증 수표’라고 부릴 정도로 꽤 오랜 시간동안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였다.
사료가 풍부할 뿐 아니라, 가장 최근의 왕조인 만큼 이야기 소재가 많은 조선시대에서부터 고려, 삼국시대, 심지어 원나라까지 등장하며 그야말로 ‘고조선’만 제외하고 다양한 시대들이 사극 드라마로 재현되며 시청자들과 만나왔다. 급기야는 팩션사극 ‘해를 품은 달’은 가상의 조선을 그리며 사극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넓혔나갔다.
사극은 꽤 오랜 시간동안 인기를 끌어왔고, 이에 따라 근 몇 년간 사극은 방송사와 시간대를 달리하면서 365일 안방극장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4년 봄, 드라마 판도가 달라졌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제외하고 안방극장에 편성된 사극은 KBS1 ‘정도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방송되는 KBS1 9시 40분은 현대극이 아닌 정통사극만이 배치됐던 편성시간대다. 이를 감안해 제외해서 편성표를 살펴보면 오는 5월 한 달간 사극은 전멸인 상황이나 다름없다.
29일 종영되는 ‘기황후’의 후속은 현대극인 ‘트라이앵글’이며, 동시간대 경쟁구도를 이루게 될 KBS2 ‘빅맨’ SBS ‘닥터 이방인’ 시대배경 역시 현대다. 수목드라마를 살펴봐도 MBC ‘개과천선’ KBS2 ‘골든크로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주말드라마 MBC ‘호텔킹’ ‘엔젤아이즈’ 등 5월 동안 방송되는 드라마 시장을 보면 사극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케이블 드라마로 확대해 라인업를 살펴보아도 tvN ‘마녀의 연애’ ‘갑동이’ OCN ‘신의 퀴즈’ 등 역시 사극은 물론 시대극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어렵다.
이러한 장르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며, 법정물인 ‘개과천선’과 로맨스 수사물을 표방한 ‘너희들은 포위됐다’ 의학물 ‘닥터 이방인’ 등으로 특색을 갖춘 드라마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당분간 장르드라마의 인기는 식지 않을 듯 보인다.
사극이 모습을 감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작비에 있다. 지금은 없는 시대를 그리는 만큼 이를 재현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과 스튜디오가 있으면 그나마 덜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드라마 제작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 과거 한 사극드라마 촬영 당시 열악한 제작비로 세트장이 바람에 흔들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촬영을 완료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
장르드라마의 부상과, 사극 드라마 제작비 부담 등의 여건이 만나 잠시 휴지기를 맞은 ‘사극 실종 현상’은 ‘골든크로스’ 후속으로 6월 방송예정인 이준기 남상미 주연의 ‘조선총잡이’가 방송되기 전까지 계속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