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 전체가 비통함에 빠진 2014년 4월, 대중에 즐거움을 선사해 온 대중음악계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가수들의 신곡 발매 계획이 전면 올스톱 됐고 콘서트도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신곡 발매가 없으니 자연스레 음원 차트도 4월 중순부터 '잠정휴업' 상태가 됐다. 신곡 유입 없이 기존 상위권에 포진한 곡들이 보름 넘게 의미 없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음악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희망'을 노래하는 곡들이 하나씩 공개돼 실의에 빠진 네티즌들을 위로하고 있다. 또 대형 기획사 및 공연 기획사의 희생자 및 피해 가족을 위한 십시일반 기부 소식이 속속 전해져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뮤지션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및 헌정곡을 발표하고 있다. 작곡가 윤일상은 지난 23일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부디'라는 제목의 작은 연주곡을 공개했다. 그는 "이 음악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작은 동반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작곡가 김형석도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 부디 평안히 잠들기를 기도합니다"는 글과 함께 추모곡을 올렸다.
그의 추모곡은 피아노 곡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 못다 핀 꿈 가득 안고 청연히 하늘로 떠난 희생자들을 기린 연주곡이다.
피아니스트 윤한도 연주곡을 헌정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윤한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컴맹이라 음질도 안 좋고 이미지도 노란리본 보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희망을 갖고 연주 한 곡 보냅니다. 윤한의 희망(Hope By Yoonhan)"이라는 글과 함께 음원을 등록했다.
또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한국어 버전을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소속사 측은 "5월 1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한국어 버전을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해 재발매할 예정"이라며 "수익금 전액은 희생자 유가족을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최가 임박했던 콘서트의 경우 취소가 속출했다. 가수 이정, 조장혁, 투빅 등 공연형 가수들의 콘서트를 비롯해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의 콘서트 역시 취소, 연기됐다. "국가적 애도의 시기에 웃고 춤추며 노래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연 취소의 변이었다.
한류 문화 공연 와팝 역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국민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중단을 선언했다. 와팝은 해외 관광객 대상으로 인기 한류 드라마와 K-팝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 상설 한류 문화공연이다. 지금까지 상설 문화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주최측은 25일 오전 "국가적인 재난으로 인해 국민이 슬픔에 젖어있는 상황에서 공연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면서 "당분간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5월 3, 4일 개최 예정이던 그린플러그드2014 역시 행사를 한 달 가량 미뤘다. 또 안산에서 개최되는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안산시와 슬픔을 나눈다는 취지로 올해 페스티벌 개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반면 "음악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함께 하겠다"는 입장도 있다. 봄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는 이번 참사로 충격에 빠졌지만 고심 끝에 페스티벌을 강행하기로 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주관사인 민트페이퍼 프로듀서 이종현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의 본질이 기쁘고 즐겁고 흥을 돋우는 유희적인 기능도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누군가(관객)에게는 무수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바람이고 또 누군가(아티스트, 시스템팀, 스태프)에게는 준비의 과정들이 생업임과 동시에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적어도 제 스스로가 내건 약속과 원칙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 역시 맞다고 생각해왔다"며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것이 죄송스럽고,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부분에 부족함을 느끼고, 그 어느 때 보다 하고 싶고 해야 할 말들이 많았으며, 그 어느 때 보다 위로와 희망을 같이 하고 싶었다. 저희에겐 결국 음악 그리고 공연만이 답이었다"라고 페스티벌 강행의 입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돕기 위해 고양시 사회복지협의회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 관객 및 참여업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진행되는 본 공연을 앞두고, 공연의 수익 여부와는 상관없이 세월호 희생자 및 그 유족들에 대한 위로하는 마음을 담은 기부로, 성금은 26일부터 2주간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되는 뷰민라2014 관객을 비롯,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 참여업체의 이름으로 전달됐다.
가요계의 기부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뿐 아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 희생자 가족을 돕기 위해 5억 원을 기부했다.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을 보며 양현석 대표를 중심으로 YG 전체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수지 역시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본부 측에 5천만 원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훈훈함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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