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세월호 참사에도 기존 일정대로 진행된다. 주최 측은 뜻밖의 사고로 충격에 빠졌지만 고심 끝에 페스티벌을 강행하게 된 입장을 밝혔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주관사인 민트페이퍼 프로듀서 이종현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저희가 하는 음악, 공연 등의 수많은 문화가 꼭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놀고먹는 소비적인 기능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적어도 뷰민라, GMF, 다른 공연들을 수없이 진행하면서 잘 할 수는 없었어도 그 안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과 또 좋아하는 것들의 가치를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해왔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프로듀서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민트페이퍼가 지금껏 진행해온 공연들은 어떤 큰 사안을 맞이했을 때 취소와 연기를 절대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의 본질이 기쁘고 즐겁고 흥을 돋우는 유희적인 기능도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음악적 소신을 밝혔다.
이어 "또한 누군가(관객)에게는 무수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바람이고 또 누군가(아티스트, 시스템팀, 스태프)에게는 준비의 과정들이 생업임과 동시에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적어도 제 스스로가 내건 약속과 원칙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 역시 맞다고 생각해왔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예상 못한 어떤 큰 산을 만났을 때 리스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돼도 남들이 욕을 하고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거나 곡해할 때에도 예정된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이 문화를 사랑하는 기획자, 스태프, 아티스트, 관객들은 스스로의 가치에 떳떳하며 단순히 무분별한 소비만을 위해 하는 일들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엄청난 폭우에도, 천안함 침몰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신종플루에도 예정된 일들은 모두 진행됐고 물론 과정은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힘들었으나, 그 안에서 또 그 결과에 잠시나마 즐거웠고 위로를 받았으며 그 기운으로 지금까지 함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고 털어놨다.
이 프로듀서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등록된 수많은 공연물 중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오늘까지 뮤지컬, 연극, 클래식 섹션에서 단 한 건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은 없습니다. 과연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의 공연물과 콘서트나 대중 음악은 과연 애도의 깊이가 다른 걸까요? 각자 취소와 연기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아티스트 스스로가 애도와 더불어 공연에 부담을 느껴서, 콘서트는 뭔가 다르게 생각하고 예외의 시각을 갖는 주변 경향이 있기에 혹은 티켓 판매 부진이나 홍보 불가능한 현 상황을 모양 좋게 포장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대관 문제나 해당 기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등으로 크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면서 "하지만 그들에게도 각기 다른 입장이 있는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애도의 마음과 더불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각각의 생각하는 직업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도 했다.
그는 또 "물론 뷰민라의 정서적으로 소박한 경우를 여타 페스티벌의 상황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연기 혹은 취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프로듀서는 "저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통해 애도나 슬픔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는 정서이고, 묵묵히 각자의 일을 통해 이겨내는 누군가에게 다시금 고통을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저희 역시도 대다수의 국민과 다르지 않은 먹먹함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치유와 희망이 필요한 민터분들 역시 너무도 많고, 그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고 공연이기에 감정을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TV를 틀면 마치 올림픽 메달 집계를 연상시키듯 오른편 상단에 사람의 인명을 수치화로 고정시켜놨고 침수부터 구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방송하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국민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을 넘어서 무력감과 우울증에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음악과 공연은 전쟁의 틈바구니를 비롯한 힘든 상황이 생길 때마다 늘 지친 서로에게 위안이고 잠시만의 여유로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 기능을 이어갈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프로듀서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현장에는 특별한 애도의 문구나 장치를 준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가 특별히 이야기하거나 요청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는 변함없는 애도와 더불어 마음 속 큰 상처를 안았습니다. 스태프들은 그저 'be strong now'(노래 가사와는 상관없이 제목에서 큰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마치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 후 시민들이 보스턴 스트롱이라 외쳤던 것처럼)라는 문구의 노랗고 작은 핀버튼 부착할 예정이며, 아티스트들에게는 일부로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평소와 동일한 수준의 최고의 감동을 보여주십사 요청드렸습니다"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는 소리 내어 웃거나 울 수 없고, 웃고 있지만 결코 즐거울 리 없는 삶 속에서 그래도 남아 있는 희망과 더불어 더욱 강해져야만 하는 나와 우리를 얻어가길 바람하며 일정을 진행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글 말미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것이 죄송스럽고,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부분에 부족함을 느끼고, 그 어느 때 보다 하고 싶고 해야 할 말들이 많았으며, 그 어느 때 보다 위로와 희망을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저희에겐 결국 음악 그리고 공연만이 답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는 오는 26, 27일과 5월 3, 4일 총 4일간 고양 아람누리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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