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1000만 명이 본 영화'라는 게 짐일 수도 있는 용구의 캐릭터가 언뜻 보이는 듯하지만, 류승룡은 자신의 연기력과 액션으로 그 그림자를 걷어낸다. 다만 영화 전반에 너무 힘이 들어간 듯한 인상을 주는 게 아쉽다.
영화 '표적'(감독 창감독)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남자 여훈(류승룡)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와 위험한 동행을 하게 된 의사 태준(이진욱), 이들을 쫓는 두 형사 송반장(유준상)과 영주(김성령)가 펼치는 숨 막히는 추격을 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첫 장면. 배에 총상을 입은 여훈(류승룡)은 몸을 가눌 수 없다. 디테일하게 빈틈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살핀 듯 여훈의 표정부터 상처가 깊다는 게 화면 가득 드러난다. 초반부터 챙겼던 세세한 연기는 중반, 후반부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 꼼꼼함이 지속되다 보니 피로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류승룡이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맞는 것 같다. 액션도 나름 공을 들였다는 게 영화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액션은 매번 비슷하다. 그때마다 왜 이렇게 힘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느새 그의 액션에 적응되어 간다.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이 아니라 묵직하고 뭔가 배어 나올 것 같은 중년의 액션 때문인 듯하다. 특히 특전사, 용병 출신인 여훈이 19대1로 싸우는 장면이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빗속 총격전에서 괴한으로부터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여훈. 그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의사 태준(이진욱)은 괴한이 끊어놓은 생명줄로 죽을 고비에 놓인 여훈을 구한다. 하지만 그 이유로 태준의 임신한 아내가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여훈을 병원 밖으로 빼돌리라는 전화를 받는 태준. 여훈은 태준을 따돌리고 홀로 병원을 나선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만 여훈 형제와 의문의 조직, 태준 부부, 경찰은 각각의 목적으로 쫓기거나 쫓으며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시종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펼친다. 이유를 모르고 쫓겼던 여훈의 상황과 한시라도 빨리 아내를 구하고 싶은 태준의 상황은 물론, 경찰들이 두 사람을 쫓는 것도 긴박하기만 하다.
경쟁 관계로만 보였던 송반장과 영주의 진실이 드러날 때도 깜짝 놀랄 수 있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덜하겠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김성령과 유준상의 연기 덕에 관객의 시선을 빼앗을 만하다. 특히 유준상의 변신에 놀라는 관객 꽤 많을 것 같다.
영화는 포인트마다 배우들을 고루 배분해 역할을 수행하게 한 느낌을 준다. 그리 긴 시간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주 역할의 김성령이나 여훈의 동생 성훈 역의 진구, 영주를 따르는 수진 역의 조은지 등이 곳곳에서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안 돋보이는 캐릭터가 없고, 조화를 잘 이룬다.
'포인트 블랭크'를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원작보다 짜임새 있다고 해야 할까. 또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류승룡이라는 중년 배우의 묵직한 액션, 캐릭터들의 열연 등도 성공적이다. 잠깐씩 등장하는 웃음 코드도 쉬어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만 감동코드는 썩 와 닿지는 않는다. 98분.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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