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보아는 "사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굉장히 의아해 했다"고 떠올렸다. 이전에도 "같이 연기 해보자"는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선뜻 도전하지 않았다. "왜 내게 연기를?"이라는 반응이 앞섰다.
하지만 보아 안에도 댄스영화를 향한 꿈은 있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춤을 소재로 하는 것이니 도전하고 싶었다. 투어 공연 중 일본으로 직접 날아온 감독의 정성이 보아의 마음을 더 기울게 했다. 물론 3년이 지난 지금 영화를 보는 감회는 아쉽다. 하지만 과거 자신이 할 수 있었던 "베스트를 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극 중 보아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다. "가수가 연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달갑게 보진 않잖아요.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큰 실망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준비 한 것 같아요. '연애를 기대해' 때는 PD님과 매일 같이 만나서 얘기하고 배웠죠(웃음). '메이크 유어 무브'는 솔직히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게 정신없게 찍었어요. 탭댄스는 춰본 적이 없어서 배워야 했거든요. 감독님이 연기 후 모니터도 안 보여주시더라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제가 어떤 틀에 갇혀 있는 연기를 할까 봐 그랬대요."
'메이크 유어 무브'는 미국 뉴욕에서 일본 전통 악기인 타이코 북을 치면서 탭댄스를 추는 댄스팀 '코부'가 모델이다. 감독이 코부 공연을 보고 모티프로 따왔다. 원래 일본인 역할이었는데 보아는 감독에게 일본인 역할보다는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모티프가 된 북을 바꿀 수 없었으나, 보아가 맡은 아야는 재일교포로 설정됐다. 보아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배우 윌 윤 리에게 대사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카즈의 욕도 보아가 알려준 대사다. 보아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더라"고 웃었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신도 인상 깊다. 도니와 아야가 춤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입맞춤을 한다. 가수로 활동하며 주로 혼자 춤을 췄던 보아와는 다른 스타일이라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을 것 같다.
보아는 데릭에게 호감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쉬움이 남는 말투도 아니었다.
그는 "호감이 생기기에는 땀 흘리는 것도 많이 봤고, 현실적인 것을 너무 많이 봤다"고 웃었다. 그래도 데릭이 자신의 파트너여서 좋았다. 할리우드 데뷔작이니 다른 핫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걸 꿈꾸기도 했을 법한데 그는 "다른 사람들은 데릭만큼 춤을 못 춘다"며 "데릭만한 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파트너를 추어올렸다. 이어 "데릭이 좋아하는 보디로션 냄새가 있는데 너무 진해서 안 바르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자기 향도 버리고 호흡을 맞춰 주더라"고 고마워했다.
"'메이크 유어 무브'는 제가 춤을 일이라고 생각할 즈음 춤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가수로서도 좋은 영향을 줬고요. 춤이 단순히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고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잇다는 걸 알려줘 좋아요. 댄스영화로써 최고의 칭찬은 우리 둘의 퍼포먼스가 정말 좋았다는 반응을 받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데릭과 보아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는 평도 받으면 더 좋고요. 하하하."
극 중 연애의 감정을 보이는 모습이 사랑 경험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하니 웃는다. "연애 경험이 없지는 않다"는 보아. 어떻게 들키지 않는 것이냐고 물으니 "지금은 진짜 없는 것"이라고 웃었다. 소녀시대의 수영이 배우 정경호, 윤아가 가수 이승기와 사귀는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후배들이 연애하고 있는데 보아는 어떤지 물었다.
보아는 "친구들이 정말 예쁘게 만나는 것 같더라. 난 예전에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당분간 일에만 몰두 해야 할 것 같다"며 "이만큼 기다렸으면 좀 더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전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