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요즘 대세인 배우 김수현과 이름이 같아서 그의 과거 행적(?)은 더 찾기 힘들어졌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김수현이 생겼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온갖 김수현이 모여 하나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재밌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한 번 생각해 본 적 있는데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연극배우 김수현, 작가 김수현, 영화 '어벤져스2'에 합류하게 된 김수현, 핫스타 '도민준' 김수현까지….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고 하니, 그는 또 한바탕 웃었다.
김수현은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보호자'(감독 유원상)로 관객을 찾고 있다. 개봉관 수는 많지 않지만 CGV압구정, 신촌, 부천, 아트하우스 모모 등에서 영화 마니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보호자'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유괴당한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를 유괴해야 하는 주인공 전모(김수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감독의 독특한 시선이 눈에 띄는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돼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수현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본다면 깜짝 놀랄 텐데 아쉽다. 참여해서 운이 좋긴 하지만 관객과 만나기 쉽지 않아 그 역시 아쉽다.
"운이 좋게도 스태프 중에 한 분이 저에 대해 감독님에게 얘기했대요. 마침 제가 출연했던 '잠 못 드는 밤'을 감독이 봤었고, 한 번 만났으면 한다더라고요. 감독님은 제가 좋다고 했고, 저도 시나리오 독특하게 봐서 함께하게 됐죠. 물론 감독님에게 영화 장르에 대해서나 내 역할, 분량에 대해서 '이건 모험이지 않을까요?'라고 한 적은 있어요. '영화 보고 나니 조금 더 잘해야 했었는데…'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 점이 촬영하면서 느낀 딜레마 비슷한 것이었죠. 결혼 안 했으니 다른 배우들에게 생각 좀 나눠달라고 했어요. 제가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낼 것 같았거든요. 하하하. 결혼은 아직은 무섭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제가 현실감이 좀 떨어지거든요."
김수현은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다. 물론 과거 시련도 있다. "연기자를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1997년 중국 작품 '일출'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크게 좌절했다. 술자리에서 "난 이제 연기 안 할 거야. 내 길이 아닌 것 같아"라는 말도 했다. 그러다가 류승완 감독을 만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참여하면서 한 작품이 두 작품이 됐고, 세 작품 등등으로 이어져 왔다. 그는 류 감독의 '주먹이 운다'(2005)에 참여하고 나서는 "다시 공연도 하고 싶어졌다"고 회상했다. 주변 친구에게 전화해 부탁을 했고, 현재까지 무대와 영화를 번갈아 가며 활동 중이다.
연예인 부모를 둔 아들의 부담감에 대해서도 물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게 많아요. 아버지가 '여기 한 번 가봐' 이러시면 위축이 됐죠. 차라리 '네가 마음에 드니까 와보란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그게 아니라서 불편했어요. 저 사람은 나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부모님이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처음부터 그랬으니 불편했던 게 많아요."
"일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아닌데 꾸준히 일할 기회를 얻어요. '난 참 복 받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할 때 저는 매번 '뭔가를 얻게 되려고 이 작품이 내게 들어온 걸까'라는 생각을 해요. 동료 배우에게 얻는 것, 감독에게 얻는 것, 스태프에게 얻는 것 등 즐거움이 무척 커요. 그러면 '아, 난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구나. 한 발짝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그렇게 아직도 전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웃음)
최근 그는 광주시립극단의 네 번째 정기공연 '오방선생'을 끝냈다. 식민지시대 민초들의 아버지 최흥종 선생의 전기를 다룬 공연이었다. 두려웠던 연극무대가 다시 또 재미있어졌다는 그는 곧 또 다른 무대와 영화를 통해 조만관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전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