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제공 |
“민족의 명산 한라의 신성스러운 힘을 받아 응원 열기를 모았다. 더불어 MBC는 월드컵 중계 명가로서 위상을 증명하겠단 각오를 다졌다”는 취지다.
이례적이다. 젊은 해설진의 활력 넘치는 기운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끈끈한 유대감을 다지는 계기가 됐지만 월드컵 8강 기원이란 기치로서는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다. MBC는 왜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해야 했을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 하다.
◇ 영업정지 카드·이통사 월드컵 마케팅 ‘돈줄’
약 800억원에서 1000억원대 광고가 붙은 월드컵 TV 중계 시장을 놓고 지상파 3사(KBS·MBC·SBS)의 장외 전쟁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KBS는 이영표를 필두로 이용수·한준희·김남일을 내세웠다. 캐스터로 전현무를 영입하려했으나 노조의 반발을 사 난항을 겪고 있다. SBS는 차범근과 배성재 콤비가 막강하다. 깊이 있는 분석과 입담이 좋은 박문성·장지현 해설위원도 버티고 있다.
MBC는 드라마 ‘꽃보다남자’로 유명한 별칭 'F4'란 수식어까지 부여하면서 해설진 띄우기에 한창이다. 이른바 ‘풋볼 4인방(F4)’인데 송종국, 안정환, 김성주, 서형욱 해설위원이다. 서 위원을 제외하면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멤버들이다.
시청자에게 친근하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쌓은 멤버들의 인기를 자연스럽게 월드컵 중계로 잇겠단 MBC의 복안이 깔렸다. 여기에 안정환은 첫 해설이자, 축구 캐스터로 명성을 날린 김성주의 MBC 월드컵 복귀다.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한 주인공들이도 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중계권료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꽤 큰 금액으로 알려졌다. 일단 3사 경쟁에서 시청률이 밀리는 방송사는 타격이 크다. 제법 차이 나는 시청률로 꼴찌라도 한다면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빅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손해를 봐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례로 KB국민, 롯데 등 고객 정보 유출 사태로 5월 19일까지 영업정지를 당한 카드사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절정을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시장의 오랜 강자 이동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고객 잡기에 혈안이 된 이들 회사들에게 월드컵 만한 호재가 없다.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묵혀둔 그들의 광고 예산도 엄청나다"고 귀띔했다.
결국 시청율 싸움이다. 어차피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방송사가 제공하는 국내 월드컵 중계 화면은 똑같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흥’을 돋우는 해설자와 캐스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앞서 자사 해설자와 캐스터를 알리는 홍보는 당연한 수순이다.
◇ ‘공공의 적’ SBS 차범근을 잡아라!
MBC와 KBS 스포츠국 입장에서 현재 SBS는 ‘공공의 적’이다. 지난 2002년에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MBC는 30.9%(토고 전), 30.4%(프랑스 전), 30.3%(스위스 전)의 압도적인 시청률로 지상파 3사 중 1위를 기록했다. KBS가 2위, SBS가 3위였다. 지금의 순위와 정반대의 모양새였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MBC의 이 전성기 시절 축구 중계팀이 차범근과 김성주였다는 점이다. 이후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SBS가 단독 중계권을 따내면서 MBC와 KBS는 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숟가락만 빨고 있었다. 더군다나 MBC에서 해설위원으로 출발한 차범근의 SBS 행은 뼈 아팠다.
MBC는 이번에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김성주를 다시 데려왔고, 차범근 대신 송종국과 안정환을 끌어들였다. 서형욱 해설위원과 이들 3인방은 예선 한 경기씩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잘만 하면 보이지 않는 자체 경쟁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해당 기간 ‘아빠! 어디가?’ 제작진의 합류도 예상된다. MBC 측 관계자는 “김성주의 아들 민율·민국, 송종국 딸 지아가 브라질 월드컵 기간 특별 출연할 여지를 두고 있다”며 “무한도전 응원단과 더불어 최강 흥행 보증 수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러나 스포츠 중계의 예능화 경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넘어야 할 벽이다. 정윤수 스포츠칼럼니스트는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각 방송사들이 오랫동안 누적된 중계 경험과 노련한 현장 대처 능력, 다양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월드컵을 준비하기보다는 오로지 대중적인 인기와 순발력 넘치는 예능감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송종국·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과 김성주 캐스터는 단순한 방송인이라기 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축구인이다. 다만 “(일부 방송사가) 두 세 달 반짝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도만 찾는 듯 보인다. 시청률에 사로잡히다 보면 축구공의 무게 450g보다 가벼운 말들이 넘쳐나는, 경쾌한 것이 아니라 경박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게 될 것”이란 한 전문가의 말도 MBC는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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