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윤승아는 이번에도 역시나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역할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성큼성큼 정도에게 다가간 경희는 그의 팔을 꺾어 버린다. 머리채도 붙잡고 싸움을 한다.
앗? 전혀 다른 캐릭터다! 윤승아는 오는 17일 이제껏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관객에게 인사한다. 털털한 아가씨의 등장이다. 본인도 즐거워했고 만족한 눈치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제 모습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엄청나게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물론 이 영화 안에서 귀여워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희는 털털한 모습이 공존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웃음)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자신 스스로 삶의 목표를 세워본 적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찌질남' 정도(정겨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윤승아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도를 흔드는 인물 경희를 연기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윤승아는 비중은 작았지만 스크린에서 만난 자신의 캐릭터에 만족했다.
호흡을 맞춘 정겨운과는 같은 소속사(판타지오) 식구이기도 한 사이. "정말, 정말, 정말 편했다"고 한다. "동네 오빠 같았어요. 상대 남자배우라면 떨리는 느낌도 있고 해야 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오빠도 마찬가지였고요. 최근 포스터 컷을 찍었는데 오빠가 '설레야 하는데 넌 너무 편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도 마찬가지거든'이라고 응수했죠. 헤헤헤."
윤승아는 새로운 도전을 갈구했던 것 같다. 관객에게 더 많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상업영화를 택했을 것 같은데, 왜 이 영화였을까.
"감독님들이 윤승아는 드라마 배우라고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비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죠. 막상 만나보면 아닌데 말이에요. 연기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솔직히 영화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밖에 못 해봤어요. 이번 영화로 다른 모습을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죠."
그의 말대로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배우 윤승아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 있는 갈림길과 같은 작품이다. 낯을 가렸던 그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길거리 캐스팅 당해 연기를 시작한 윤승아는 활동을 해오며 "배우라는 직업이 멋지다는 걸 깨달았다"고 늦은 고백을 했다.
배우 류덕환도 윤승아를 자극했다. 류덕환이 4살이나 어리지만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윤승아. "그 친구(류덕환)가 제 단점은 사람들이나 환경을 너무 피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소통해야만 제 생각과 연기 방향을 영화관계자들이 알지 않겠느냐고 했죠.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노력하는 중이에요."(웃음)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하니 같은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배우 하정우와 김성균이 떠오른다. 두 배우 모두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하정우 같은 경우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왔다.
"정우 오빠는 영화 '추격자' 이미지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무서워했었대요. 그런데 영화 '러브픽션'에서 달달한 모습과 집착하는 모습을 잘 소화했잖아요. 성균 오빠는 처음 얼굴을 알린 게 '범죄와의 전쟁'이었고, '이웃사람'에서는 잔인한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응답하라 1994'에서는 '포블리'였잖아요? 두 분을 보면 멋진 것 같아요. 부럽기도 하고요. 특히 정우 오빠는 그림이나 연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니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여자로 보이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연기자와 사랑에 빠져있는 배우 윤승아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말이다. 연애의 감정도 그가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틀림 없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