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거친 남성들의 세계를 다룬 KBS2 드라마 ‘감격시대’가 종영했다. 김현중을 필두로 김성오, 조동혁, 윤현민 등 상남자 매력이 가득한 배우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이가 있었다. 바로 모일화 역의 송재림이다.
무림의 고수답지 않은 곱상한 외모와 우아한 몸짓은 다른 캐릭터들과 완벽한 차별화가 됐고 송재림은 대중의 뇌리에 박히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뤘다. 실제로 만난 송재림은 여우 같은 모일화와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뽐내며 ‘감격시대’를 떠나는 소회를 털어놨다.
◇ “3~4회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감격시대’는 치열한 수목극 경쟁 끝에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쟁작들의 공세와 출연료 미지급 등 잡음이 흘러나왔지만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 송재림이 연기한 모일화 캐릭터는 드라마 주요 무대가 바뀌면서 사라졌다 재등장하며 인기를 증명해냈다.
“사실 3~4회 정도 출연하고 빠지는 줄 알았는데 점점 피드백이 오더니 회차가 늘어났다. 신정태(김현중 분)을 구해주고 떠나는 장면을 찍었는데 감독님이 모일화가 재등장한다는 것을 말해줬다. 다만 언제 나오는지는 말을 안 해주셨다. 그래서 쉬는 동안 계속 모니터링 하고 준비했다. 새로운 명분을 갖고 등장하는 것이라 작가님,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송재림이 연기한 모일화는 무술의 달인이지만 섬세하고 우아한 모습을 자랑했다. 싸울 땐 누구보다 살벌하고 평상시에는 여유롭고 여성스럽다. 그런 상반된 매력이 공유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여성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원작에는 20대 후반의 꽃미남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어떻게 연기를 하냐에 따라서 오글거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았고 강약 조절에 신경을 썼다. 자칫하다간 여성인 척 하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아서 우아한 발레리노 같이 표현하려고 했다. 거기에 집중했다.”
◇ “모일화 연기하면서 만들어가는 재미 느꼈다”
“제가 한 캐릭터 중 모일화만큼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 캐릭터가 없었다. 가장 많이 웃었고 살기를 품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대본에 대사도 있고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겐 굉장히 친절한 캐릭터다. 그래서 윙크를 하거나 현대적인 제스처를 넣었다. 마지막에 나온 정재화(김성오 분)와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복면을 쓴 것도 제 아이디어였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 열정은 뜨거웠지만 ‘감격시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컸다. 중간에 작가 교체가 이뤄지면서 스토리의 일부가 바뀌었고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현장을 흔들어놨다.
“연기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하는 건 회사의 몫인 것 같다. 그래도 고정층이 있어서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현장 분위기는 최고였다.”
◇ “독보적 캐릭터 구축하고 싶다”
드라마 속 날렵한 모습과는 달리 송재림은 인터뷰 내내 느긋하고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유머러스 하지만 깊게 생각하고 내뱉는 느릿한 말투를 보며 즉흥적인 삶을 살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심지어 가계부도 쓰다며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송재림의 섬세한 성격은 연애관에서도 드러났다.
2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송재림은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칭할 만큼 뒤늦게 배운 연기에 푹 빠졌다. 모일화도 자신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다음 작품
“특화된 캐릭터를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잔상이 남는, 어떤 것에선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다. 그게 제가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과도 맞는다. 일을 해야 나의 존재감을 느끼는 만큼, 현장에서 즐거움을 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