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200억원이 투입되는 한중합작 영화 '권법'의 여진구 하차 논란으로 영화 촬영에 앞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연배우가 '강제로' 하차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다. 제작사 티피에스컴퍼니·스카이워커는 여진구와 지난 2월 출연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식 보도자료까지 뿌렸는데, 주인공 교체를 생각하고 있었다. 배우 김수현의 출연 의사를 물어봤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인기 절정이었을 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인기에 편승한 기회주의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제작사는 "3월 중순경 다급한 마음에 몇몇 배우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심도 깊은 논의가 아니었으며 가능성을 타진해 본 수준에 지나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 자본이 투입됐기 때문에 '외압'이 들어왔을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사게 했다. 제작사는 "중국의 요구는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으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보도로 먼저 알려져서 그렇지 '권법'의 주인공은 소리 소문 없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계약서는 중요하지 않고 위약금 몇 배만 지불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논란으로 김수현은 출연을 고사했지만, 덜컥 출연하겠다고 했으면 문제는 더 졌을 수도 있다.
여진구 매니지먼트 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의 행동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영화 '권법' 촬영에 앞서 또 다른 작품인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결정했다는 게 도마에 올랐다. '권법'이 8월 촬영이니, 5~7월에는 '내 심장을 쏴라'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권법' 준비 기간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게 매니지먼트 측의 생각이었다. 소속사의 욕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성장기 청소년에게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줘야 하는데 혹사시킨다는 비난이 일각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몇몇 배우는 다작을 한다. 쉴 틈 없이 작업을 하는 이도 있다. 실제 몇몇 배우가 그래왔다. '권법' 제작진은 "5~7월은 '권법' 크랭크인 전 무술 트레이닝, 감독과의 리딩 및 캐릭터 분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했었는데, 이 같은 제작진의 언급은 한편으로 보자면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인공이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걸 꼬집는 말로 들린다.
제작사는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고난도의 액션이 필요하고 특수효과 등이 새로운 형태로 들어갈 예정이라 신경을 써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촬영 전 3개월의 준비기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진구가 1개월도 안 되는 시간으로 '권법'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200억 원이라는 돈이 투입되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몰입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촬영에 앞서 준비에 신경써줬으면 하는 게 모든 제작사의 바람일 것"이라고 '권법' 제직진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제작사들의 바람일 뿐이다.
여진구 측 매니지먼트 역시 좋은 작품이 들어왔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바람이었다. 여진구 소속사 측은 "여진구가 작품을 향한 열정과 의지가 크고 재미있어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익이 큰 쪽으로 생각이 쏠리게 돼 있다. 욕심의 크기는 끝이 없다.
우리가 놓친 건 여진구의 생각이다. 여진구는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영화 '의궤-8일간의 축제 3D'에서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논란에 담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진구는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여진구 "이제 수컷 향기 난다고요? 저 원래 남자인데…"]에서 아역배우가 아닌 여느 남자 배우의 인상을 풍겼다. 아역배우 꼬리표가 달리는 우려에 대해서도 "요즘에는 저를 아역이 아닌 배우로 봐주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서 고마워요. 그렇게 봐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라며 어른스러운 답변을 했었다.
메인 투자사 CJ터테인먼트는 한발 물러나 있다. 그게 가장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누구 한쪽의 편을 들어줬을 때 파장이 클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 개입하면 월권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상 초유의 일에 대해 CJ엔터는 상처가 곪고 터질 때까지 알지 못했다. 메인투자사로써 의무 방기다.
제작사와 매니지먼트, CJ엔터테인먼트 모두 신뢰를 잃었다. 특히 감정이 격해질대로 격해진 제작사와 매니지먼트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몇몇 영화팬들은 '보이콧' 의견까지 내고 있는데 촬영도 하기 전인 '권법'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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