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아이 부모는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짚고자 하는 부분이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지만 영화와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아마도 이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전모(김수현)는 꽃가게를 운영하며 배달 이벤트도 하는 인물이다. 평범하고 단란하게 아이들과 살아가는 소시민. 특히 그는 과거 소방관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 정의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평범한 가장의 딸 희정(유해정)을 누군가 유괴했다. 원한을 살 일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가장은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유괴범은 처음에는 돈을 달라고 요구하더니, 다른 아이를 납치해 교환하자고 한다. 그러면 무사히 딸을 돌려보내 주겠단다. 안 되는 걸 알지만 딸아이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전모. 결국 다른 아이를 납치한다.
그런데 이 유괴범은 아이와 딸을 바꾸면 그 아이는 죽을 것이라고 협박을 한다. 전모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또 다른 남자 진수(이준혁) 역시 아이를 유괴당했다. 진수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보호자'는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엄청난 사건을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시선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도덕과 윤리, 법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전모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유괴당한 딸 생각에 괴로워하는 지연(고서희)도 그렇고, 천진난만한 정식(노강민)도 이 엄청난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 그려질 일반 가정의 모습이다.
압권은 후반부 터널 신이다. 고민 끝에 터널 앞에서 납치한 아이를 보내고 딸 희정을 맞이하는 아빠는 아이를 다시 찾은 기쁨에 왈칵 눈물짓는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던 전모는 대신 죽어야 할 아이가 걱정돼 핸들을 돌려 다시 터널로 간다.
결국 터널에서 대면한 두 남자. 서로를 대하는 남자들의 반응과 이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고 얼개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 영화의 신선함에 관객은 적잖이 놀랄 만하다. 좀 더 촘촘한 구성과 긴장감을 유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감독이 독특한 시선을 가진 연출가라는 사실은 제대로 알린다.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딸의 복수를 하는 남자를 통해 법과 정의의 문제를 짚은 영화 '방황하는 칼날'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부정(父情)과 법에 대해 전하는 맛이 쏠쏠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88분. 15세 관람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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