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슬프지 않아 노래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승원이형의 말이 참 많이 와 닿아요.”
故 김광석을 떠올리는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다. 동물원의 시작을 함께 했던 김광석은 동물원과 그 역사를 함께 했으며, 여전히 이들의 마음에 살아 있는 친구다.
오는 13일 단독 콘서트 ‘동물원 클래식’을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동물원은 공연에 앞선 지난 5일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2009년부터 매 년 이어져 온 공연이 어느새 5년째다.
동물원은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5년째 오는 걸 보면서 참가하는 뮤지션 모두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평소 잘 모이기 힘든 이들이 모인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며 미소를 보였다.
다른 가수들은 동료 혹은 선배 가수인 고인의 노래와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르지만, 동물원은 특별하다. 동물원의 시작을 함께 한 멤버 중 하나가 바로 김광석이기 때문이다. 좋은 동료이자 친구의 부재가 아쉬운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동물원에게만큼은 ‘김광석 다시 부르기’는 특히 남다른 무대다.
“‘이제는 슬프지 않아 모여서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승원이형의 말이 와 닿아요. (추모 콘서트를) 곧바로 했으면 우리도 마음이 무거웠을텐데, 심정적으로 내려놓았기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죠.”(유준열)
동물원은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이 공연을 계속 찾고, 계속 공연이 이어지고 관객이 늘어나는 게 의아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도 김광석의 음악을 통해 채우게 되는 ‘무언가’에 대해 언급했다.
“의아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이 이 공연을 찾는 이유 그리고 관객들이 늘어나는 것이 의아했는데, 그런 것 같아요. 뭐랄까, 사람들이 (김)광석이형의 세례를 받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요. 저부터도 그렇고요. 각박한 세상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며 살아가면서, 지켰어야 하는 것들 혹은 이러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 잊고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부끄럽기도 하는데, 그 삶에서의 허허로움 같은 공백감을 공연장에 와서 광석이형의 노래를 들으며 채워 가시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박기영)
다섯 번째 ‘김광석 다시 부르기’라는 나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동물원은 코 앞으로 다가온 단독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13일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1년 만의 단독 콘서트 타이틀은 이름하여 ‘동물원 클래식’이다.
“동물원의 음악을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된다기보다는, 소위 클래식이라는 건 전범(典範), 한 문화의 모범을 뜻하는 말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기본적인 곳으로 돌아가 보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잔재주나 그런 것 말고 진짜 원초적인 음악 본질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박기영)
이번 공연은 ‘동물원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25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한다. 멤버 배영길은 “예전에도 5년 이상 현악 스트링과 함께 공연했기 때문에 클래식 콘셉트가 낯설진 않은데, 이번엔 인원도 대거 늘렸고 그림상으로도 오케스트라로 보이게끔 해봤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동물원의 또 하나의 친구, 원년멤버 김창기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중가수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LG아트센터에서 한다는 공간적인 자부심도 있고요, 동물원으로서 25년이라는 시간을 찍고 다시 출발하는 26년째의 시작인만큼 그동안 해왔던 노래를 한 번쯤 정리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새 출발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인 만큼 당연히, 오랫동안 같이 못 했지만 (김)창기형이 함께 하는 게 의미 있겠죠.”(박기영)
공연에서는 ‘널 사랑하겠어’,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등 동물원이 보유한 다수의 히트곡을 재해석해 관객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2004년 이후 뜸했던 동물원의 신곡도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아직 정규 10집 발매 시기를 단정지을 순 없지만 꾸준한 작업을 통해 내놓으라 하는 곡들을 완성한 이들은 “10년 동안 관망을 끝냈다”며 멀지 않은 시점 새 앨범을 발매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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