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가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여자 고등학교 체육교사 준기(장혁)에게 찾아온 '겁 없는' 소녀 영은(조보아)이 벌여 나가는 잔혹한 집착을 그렸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소녀. 하지만 소녀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영은.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한다"는 말로 딸기우유만 마셔대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는 다른 것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성을 향한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준기는 당돌하나 매력적으로 신선함을 안긴 여고생에 흔들려, 결국 소녀를 품에 안고 만다. 선생은 '아차!' 하고 잘못을 깨달았으나 영은은 아니다. 오해하고 집착한다. "사랑이 아니냐면 뭐냐?"고 소리 높인다. 영은은 준기는 물론, 준기의 아내 서연(선우선)과 준기에게 다가서려는 모든 이에게 시퍼런 광기를 드러낸다. 이 잘못된 만남은 어떻게 끝날까.
선생님을 좋아하는 제자,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유부남을 좋아하고 동거한다는 설정은 (물론 서연이 영은을 집으로 불러 과외를 시켜주는 것이긴 하지만) '막장'의 냄새를 풍긴다. 자극적인 것만 좇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미 영화 예고편 등에서 드러난 마케팅 홍보 방향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건 조보아다. 이 극단적인 상황의 소녀를 제대로 표현했다. 영은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이 전혀 이해 안 가는 듯하지만, 사실 그녀는 대기업 회장의 숨겨놓은 딸이다. 전혀 사랑받지 못했던, 그래서 사랑을 갈구하던 사춘기 소녀였던 것.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미 두 달동안 오디션의 과정을 거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상당한 듯하다. 250대 1의 경쟁력을 뚫고 발탁된 이유도 드러난다. 후반부 자극적인 베드신보다 극 전체에 흐르는 조보아의 극단을 넘나드는 강렬한 감정표현이 더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는 간혹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갑작스러운 순간에 장르적으로 변주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장르의 혼재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실소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감독의 의도라고 하니 참작하고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조보아가 펼치는 연기가 모든 걸 잊게 한다. 물론 조보아가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장혁이라는 배우의 뒷받침이 탁월했던 점도 꼽지 않을 수 없다. '가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진 모르지만 조보아는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뽐냈다. 신민아('화산고'), 이연희('백만장자의 첫사랑'), 이청아('늑대의 유혹') 등을 알아본 김태균 감독의 감이 또 한 번 맞아 떨어지지 않을까.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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