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녹색 푸르름을 머금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 빗방울과 벚꽃잎이 나란히 춤을 추던 4월의 첫 주말, ‘국민남매’ 악동뮤지션의 풋풋하고 ‘쌔끈한’ 새 음악이 휴일의 느긋한 정취에 정점을 찍었다.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악동뮤지션 데뷔 1집 ‘PLAY’ 발매를 앞두고 대중 및 언론을 상대로 한 청음회가 열렸다.
앨범 발매 전 취재진을 모아놓고 음악을 먼저 들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악동뮤지션의 이번 행보는 독특했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으로 쑥쑥 자란 이들인 만큼 일 년 동안 기다려준 대중 앞에 음악을 첫 선 보인다는 건 기특한 선택이다. 시민들의 개인적인 촬영을 통제하지 않은 것도 덤으로 말이다.
야외무대를 꽉 채운 5천 여 명의 시민들은 심술궂게 굵어지던 빗방울에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하지만 청음회 시작과 동시에 빗방울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는 하얀 벚꽃이 흩날리며 봄날의 정취를 고조시켰다.
이 같은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끈 건 바로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 ‘PLAY’였다. 청음회에선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주고받는 하트를 통해 젊은이들의 사랑을 얘기한 첫 곡 ‘Give Love’를 시작으로 ‘200%’, ‘얼음들’, ‘지하철에서’, ‘가르마’, ‘인공잔디’, ‘안녕’, ‘작은별’, ‘길이나’, ‘소재’, ‘GALAXY’까지 수록곡 전곡이 소개됐다.
악동뮤지션의 데뷔 앨범은 전반적으로 한층 깊어진 느낌이 짙었다. 더블 타이틀곡인 ‘200%’가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멜로디의 밝은 느낌이었다면 ‘얼음들’은 마이너 감성에 피아노와 스트링, 기타 선율이 어우러진, 왠지 모를 여운을 남겼다. 기존 악동뮤지션의 이미지와 조금은 다른 쓸쓸한 느낌이 강하지만 한층 성숙해진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한 ‘지하철에서’와 ‘가르마’가 SBS ‘K팝스타2’ 당시 보여준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의 연장선을 노래했다면 ‘인공잔디’, ‘안녕’에선 진짜를 갈망하는, 혹은 왕따라는 특정 소재를 바탕으로 공감과 위로를 주는 가사와 멜로디가 귀를 자극했다.
따뜻한 전개의 ‘작은별’과 통통 튀는 하모니가 인상적인 ‘길이나’에 이어진 곡 ‘소재’에서 악동뮤지션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이들은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와 시민들과 아이컨택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국민남매’다운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불과 1년 전, ‘K팝스타2’에서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다리꼬지마’를 시작으로 ‘매력있어’, ‘라면인건가’, ‘크레셴도’, ‘외국인의 고백’, ‘콩떡빙수’ 등 내놓는 곡마다 메가 히트시킨 악동뮤지션의 매력은 발랄하고 기존 상식의 허를 찌르는 차별화된 발상과 순도 100% 청정함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데뷔 앨범이 보여준 악동뮤지션의 감성은 고맙게도 제자리걷기가 아닌, 한 발짝 성큼 내딛은 모습이다. (아마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을 이들이지만) 악동뮤지션은 변함없이 따뜻한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음악으로써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한꺼번에 선보이는 열한 곡이 ‘K팝스타2’ 당시 한 곡씩 발매했을 때 매 곡이 준 임팩트보다는 다소 약하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거듭나는 이들 남매의 성장통에 실망하기엔 이르다. 특히 전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몇몇 곡들을 들어보면 앞으로 이들이 보여준 음악의 스펙트럼은 쉽사리 예단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악동뮤지션이 대중에 첫 선을 보였을 당시 들려준 파격은 식상한 댄스 혹은 발라드가 아닌, 그들만의 독보적인 개성이 돋보였던 만큼 첫 발을 내딛는 악동뮤지션이 우직하게 그들의 행보를 공고히 하길 기대해본다.
악동뮤지션 1집은 이찬혁이 메인 프로듀서로 나서 11곡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타이틀곡인 ‘얼음들’과 ‘200%’는 편곡에도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의 재능을 보여줬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7일 전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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