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동생 없인 못사는, 동생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 동생에게 힘을 주는, 그리고 동생에 의해 힘을 얻는 그런 소녀가 있다.
일명 ‘개잡년송’을 흥얼거리며 시골 장터 한 켠에 쭈그려 앉아 채소를 벌려놓고 팔고 있는 복순은 애정을 넘어선 강한 집착이라고 할 만큼의 사랑을 동생에게 쏟아 붓는다. 그녀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할머니를 잃은 후 복순에겐 유일한 ‘가족’이 동생뿐이기 때문이다.
복순은 괴물이 됐지만 모두에게 괴물은 아니다. 불청객이었지만 이제는 한 가족이 된 나리에겐 한 없이 친절하고 순수한 언니이며, 시골 장터에서는 여전히 해맑고 활기 넘치는 상인이기도 하다. 이런 그녀를 위해 집 다음으로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일터로 찾아갔다.
복순(이하 복): 우는 과부 수절해도 XXX이다~(개잡년송 中)
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이 많이 파셨나요? 여유로워 보이네요.
복: 지금 떨이하고 있어요. 우리 할머니가요, 여기서 일해도 된다고 분명히 그랬어요. 이 자리는 제 자리고요, 잠자는 코털을 건드리지 마세요.
손: 아직 낯선 사람이 오면 불안해하는 것 같네요. 나리는 잘 있나요?
복: 나리는 학교 갔어요. 나리는 제 가족이에요. 은정이 만큼 귀엽고 착해요. 은정이 보고 싶어 울 때마다 나리가 꼬옥 안아줘요.
손: 벌써 그 일을 겪은 지 1년이 됐네요. 곧 동생 생일이라고 들었어요. 그럴 때 더 생각나고 보고 싶을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네요.
복: 은정이는 공부도 잘하고 예뻤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요. (칼을 꺼내 찌르는 시늉을 하며) 어떠냐 XXX. 저 아직도 연습하고 있어요. 나리까지 잃어버리면 안되거든요.
손: 은정이와 나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이렇게 착한 복순 씨를 무섭게 만든 괴물이 또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복: 아직도 기억나요. 키는 커요. 얼굴은 잘 생겼어요. 그리고 무서워요. 그런데 눈이 외로워보였어요. 나처럼 동생 예뻐해 주는 언니가 없나? 히히. 할머니가 그랬어요. 가족은 서로 사랑하고 챙겨줘야 된대요. 그래야 행복하대요.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 돼버린대요.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