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자전거 탄 풍경이 올드하다고요? 음악이 올드한 게 아니라, 하는 사람이 올드해서 그냥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포크 트리오 자전거탄풍경은 2001년 1집 ‘자전거 탄 풍경’으로 데뷔했다. 2014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크 가수지만 이들의 여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자전거는 쉬지 않고, 오늘도 힘차게 달려간다.
데뷔 직후엔 얼굴도, 이름도 없는 신인이었지만 이후 ‘얼굴 없는 가수’의 대표주자로 활동 중이다. ‘사람들이 노래는 다 아는데 얼굴을 모르는 점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 묻자 이들은 “알아보시면 오히려 불편한 점도 있더라. 지금이 편하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2000년대 초반은 자탄풍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2004년부터 나무자전거(강인봉, 김형섭)와 풍경(송봉주)로 나뉘어 활동을 벌였다. 음악적 견해 차이가 컸지만 이들은 2011년 재결합, 이듬해인 2012년 약 9년 만에 정규 3집 ‘예스터머로우’를 발표하고 계속 3인조 활동 중이다.
“중간에 다들 그러더군요. 가까운 지인들은 우리가 따로 활동할 때 묻히고 나니 많이 안타까워했는데, 오히려 뮤지션들 중엔 (우리가 주춤 하니) 살짝 좋아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웃음).”(김형섭)
돌아온 탕아(!) 송봉주에게 지난 시간을 언급해달라 하자 예의 쑥스러워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4~5년 정도,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하다 보니 힘들었어요. 눈 뜨고 나서 잘 때까지 계속 같은 사람과 5년을 있다 보니 힘든 점이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정상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고요(웃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고 있어요.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고마운 거죠. 철 든 거예요. 음악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든든하고 좋지요.”
음악적 갈등이 생기더라도 세 명이기에 완충이 가능하다. 한 번의 흩어짐을 경험한 뒤라, 지금은 서로 완급 조절을 하고 있다. 역시 자전거는 세 바퀴로 굴러갈 때 가장 안정적인 구조인가 보다.
14년째 자탄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들이 느끼는 내부적, 외부적 변화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음악 환경, 주로 어린 가수들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환경은 자전거 탄 풍경이 맞닥뜨린 격변이다.
“그래도 지금은 데뷔 때보단 다양한 장르가 사랑받는 분위기에요. 우리가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R&B가 극성이었어요. R&B 외의 노래들은 뭔가 다 이상한 장르가 돼 버리는 시대였죠. 오히려 요즘은 더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고요.”(송봉주)
“과거엔 공중파 3사가 유일한 홍보의 장이었다면, 지금은 채널도 다양해지고 대중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죠. 음악 하기엔 좀 비빌 언덕이 많아졌다 할까요 하하.”(김형섭)
그렇다면 이들이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은 무엇일까. ‘무릎팍도사’ 버전으로 묻자 “왜 우리 음악을 안 좋아해주는 거야?!!”라는 김형섭의 망설임 없는 성토가 나왔다. 그러자 송봉주의 급제동이 들어온다.
“왜, 이 정도면 좋아해주는 거지~ 수많은 가수와 수많은 팀 중 이 정도면 성공한 뮤지션인데. 저는 우리 팀이, 각자가 갖고 있는 역량을 좀 더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100씩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지금은 30~40% 정도씩만 딱 쓰니까. 나머지 것들이 좀 아쉽더라고요. 그걸 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그게 쌓이면 좀 더 많은 것을 쏟아 부어 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고요.”
그래서 막간을 이용해 정리해봤다. 자탄풍과의 ‘개콘’ 놈놈놈 버전 솔직문답.
#자탄풍 음악은, 그렇다? 왠지 대중이 올드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음악이 올드한 게 아니라, 하는 사람이 올드해서 그냥 올드하게 보는 거 같아요. 가령 버스커버스커나 젊은 애들 음악 하는 걸 보면, 어린 대중에게는 마냥 새롭고 신선한 거지. 어떤 음악이 나왔을 때, 우리가 늘 즐겨 하던 장르였는데 어린 친구들이 하며 그게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우리에겐 특별할 건 없는 것이거든요. 어린 친구들이 하면 다 용서가 되는 것 같아. 우리가 하는 음악을 어리고 예쁜 애들이 하면, 기절이지 기절.”(김형섭)
#또 자탄풍 음악은, 그렇다? 들으면 아 이노래~ 싶은데, 막상 제목 얘기하면 잘 모른다?
“네. 일단, 그렇죠 하하. 자전거 탄 풍경도 사실 생소해요. 노래만 알려졌지, 얼굴은 더더욱이고. 개인적으로 저는 노래만 알려지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에요. 히트곡이 더 많아지면서도 얼굴은 더 안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얼굴보다는 이름, 노래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가수는 음악이 명함이잖아요. 열심히 활동해 온 노래들이 사랑받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고. 지난 드라마 음악 같은 경우가 그랬는데, 저희 노래인 줄 모르시다가 검색해서 들어보시면서 알게 되시고 하는 것도 있더라고요.”(송봉주)
#그런데 자탄풍 음악은, 그렇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 지어지고 행복해진다?
“만만한 거죠 하하. 정말 만만할 때 행복한 것 같아요. 가령 새마을식당 같은 데를 보면, 자신 있잖아요. 이 팀 음악은 뭘 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을 드리는 팀인 거죠. 그런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요.”(강인봉)
그리고 나서, 발견했다. 자탄풍이 결코 올드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절대 우리는 시류에 떨어지는 음악은 거부합니다. 2014년에 맞는, 그 감성에 맞는 기타 음악을 추구하죠. 정말 이 분야에서 음악적으로 고집을 갖고 하시는 분들은 우리 음악을 정통 음악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아요. 우린 아주 고집스럽게 우리만 좋아서 하는 음악은 아니고, 대중을 좀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인 물이 되기가 싫은 거예요. 그것만 고집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예술 음악 하고, 우리끼리만 만족하는 팀이 아니니까. 유행, 시류 타는 건 우리 음악에도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든 멜로디든 편곡적인 부분이든요. 예전엔 우리가 제야 언더그라운드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우린 충분히 대중음악 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김형섭)
“개인적으로 저 같은 경우는, 블루스와 재즈 쪽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자탄풍이라는 색 때문에 그걸 녹여내기는 아직 어렵거든요. 그리고 인봉이형이 하고 싶은 것들을, 소화해내고 융화해내고 배려해줘야 하는 거고.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자탄풍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긴 시간 롱런을 위해서라도.”(송봉주)
“70년대 80년대 노래들이 다시 오긴 하지만, 스타일이 비슷하고 돌긴 도는데 뭔가 달라지더군요. 그 조금 달라진 것 때문에 그게 2014년의 음악이 되는 거고, 그걸 캐치 못하면 늙어가는 거겠죠. 음악적인 면에서는 늙는다는 게 뒤쳐진다는 거니까 그런 것을 캐치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거구나 싶어요. 그래서 해보니 약간 다르더라고요. 미묘한 그 약간의 차이에서 이 사람들이 도태되는 음악을 하느냐, 현역이냐 아니냐가 결정나는 거죠. 우린 늘 현역이고 싶습니다.”(강인봉)
전자음이 가미된 리드미컬한 장르가 각광받는 최근 대중음악계의 분위기에 대해 자탄풍은 “양념이 강해진 것이면서도 대중의 취향이 바뀌는 것”이라고 냉철하게 분석하며 말을 이었다.
“요즘은 아이돌 중에서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친구들도 많고 단순히 인기만이 아닌 실력 있는 친구들이 참 많더군요. 외모도 되고 실력도 되고 끼도 넘치는 친구들이 많죠. 부럽더라고요. 우리도 잘 생겼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웃음). 또 우리 땐 체계적인 교육이 없었는데 요즘은 관심만 있으면 연마할 수 있으니까, 진짜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또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테크닉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느낌, 감성인 건데, 지나치게 형식이 강조되다 보니, 교과서가 되는 거죠. 그런데 좋은 음악은 교과서에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진짜 한 시대를 뒤집는 건 당대에선 최악의 평가를 받는 팀들이거든요. 요즘은, 전주를 들으면 느낌이 오죠. 아 이렇게 진행되겠구나... 교과서에 있는 음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걸 너무 잘 해요. 하지만 새로운 음악은 나오지 않는 거죠.”(강인봉)
그는 “역설적인 얘기이겠지만, 음악을 잘 하려면 음악을 잘 몰라야 한다. 음악 잘 알면 음악 못 하게 된다”고 힘 줘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탄풍 역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연마한다. 자전거가 쉬지 않고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어떤 의미에서 우린 세 발 자전거가 아니라 두 발 자전거입니다. 계속 달려야 멈추지 않고 넘어지지 않죠. 앨범 내놓고 활동하고 쉬는, 그런 패턴이 아니라 신곡 내고 활동 하고 공연 하고 또 앨범 내놓고 그렇게 활동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다면 더 이상 (음악)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늘 부족하고 배고프니까 움직이고, 뭔가를 만드는 겁니다. 전성기요? 아마도 5년쯤 후에 오지 않을까요?”(송봉주, 김형섭)
지난 3월, 화이트데이 공연 ‘로맨틱 브라더스’로 따뜻한 봄을 알린 자탄풍에게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워너 비 로맨틱 브라더스’인지. ‘이미 로맨틱 브라더스’인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이 돌아온다.
“우리 로맨틱하지 않나요? 하하. 그게 없으면 음악을 못 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로맨틱하니까 음악 하고 있죠. 생계형 가수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린 아직도 10대 20대처럼 우리 인생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거든요. 좋게 얘기하면 감성이 풍부한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철 없는 거고 하하. 그래도 그렇게 철 없는 거라면 계속 철 없고 싶어요.”(강인봉)
끝으로 자탄풍이 꼽은 자전거 탄 풍경의 베스트3를 부탁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노릇이니, 그야말로 어려운 질문이지만 장고 끝에 돌아온 답변인 만큼 스타투데이 독자들에게 ‘강추’ 해본다.
*‘아빠가 미안해’ :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노래인데, 어느 날 세상이 참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그렇게 만든 게 나구나 싶었어요. 자식에게 안 미안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죠.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탄풍의 존재의 이유이고 참 생명력이 긴 노래고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아요. 가장 대중과 많이 소통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절대적으로 베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래죠.
‘안아드립니다’ : 우리가 가장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노래이면서, 알리고 싶은 노래입니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노래. 자랑할 게 많은 노래죠. 사람들이 꼭 한번 들어줬으면 하는 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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