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들개'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 사제폭탄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생산자 정구(변요한)와 폭탄을 대신 터뜨려 주는 집행자 효민(박정민)의 위험한 만남을 통해 억눌린 청춘을 표현한 작품이다.
박정민은 그간 영화 '파수꾼', '전설의 주먹', '피끓는 청춘'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으나, 변요한은 관객과 대면할 일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감히, 보물 같은 연기자라는 표현을 써도 될 만한 변요한.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난 걸까.
변요한은 "제가 원래 눈에 띄지 않게 다닌다"고 미소 지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장편, 상업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단편영화들이 제 연기 인생에서 훈련 과정이었는데 내면에서는 어떤 꿈틀거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끌레르몽 페랑 갈 때까지 장편영화로 안 넘어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고는 싶다는 욕심이 과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제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친구들이 '잘할 수 있다'고 다독여줬어요. 그 이후 5개월이 지났고, 참여한 작품인 '목격자의 밤'이 끌레르몽 페랑에 갔어요. 그 이후 택한 게 '들개'였죠."
'들개'에는 촬영 2주 전에야 정구 역할로 합류했다. 정구 역할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정훈 감독이 주위 추천으로 '목격자의 봄'을 본 뒤 변요한에게 중요한 인물인 정구를 맡겼다. "일단 소재나 주제가 흔치 않은 것이라 흥미로웠고 신선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 인물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는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죠. 지질해 보이기도 하고 고문관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매력적으로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이들 칭찬해주시니까 감사해요."(웃음)
극 중 정구는 어렸을 때 폭탄을 터트려 소년원을 다녀온 뒤 사회에 순응하며 사는 듯하지만 안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숨기고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 분노를 쌓아놓는 남자. 그는 폭탄 제조라는 방식으로 표출한다. 물론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그게 효민이다. 그런데 둘의 만남은 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정구와 효민은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사실 정구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영화에 더 많았어요. 몇몇 부분이 편집됐죠. 관객이 정구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을 없앨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마지막을 위해 관객과의 교감지점을 극대화한 것 같아요. 감독님 선택이 맞았던 거예요. 그래서 맞는 신을 찍을 때도 몇 번이라도 다시 더 찍을 수 있다고 했고요. 무턱대고 욕심부리지 않는 분이라는 생각에 믿고 따랐어요."(웃음)
그에게는 '제2의 이제훈'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이제훈도 KAPA 작품 '파수꾼'으로 주목받았었다. 이제훈과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고, 또 이제훈이 소속된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최근 계약하기도 했다. 사람엔터가 이제훈이 복무 중인 상황에서 변요한을 제2의 이제훈으로 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니 웃는다.
"제훈이 형을 대신한다거나 제2의 이제훈이라는 말은 좀 그래요. 제훈이 형은 연기 등 여러 가지로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준 형이에요. 소속사를 고르는 데도 일정 부분 영향도 있었죠. 물론 전 절 찾는다고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가지 않아요. 대우를 잘해주고 아니고를 떠나 매니지먼트로서 연기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줘야 하는 게 제일 커요. 예전에도 정말 유명한 다른 기획사들에도 계약 얘기가 들어왔는데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 유명 기획사 안 간 것 후회 안 되느냐고요? 후회 안 되게 열심히 연기할 거예요."
사실 그는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반대한 영향도 있다. 특히 부모님은 아들이 연기하는 걸 싫어했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말도 더듬었다"는 그는 중학교 때 우연한 계기에 접한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꿈이 생겼지만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반강제로 중국 유학을 갔다. 3년 동안 한국과 중국을 오갔고, 군대도 다녀왔다. 하지만 연기를 향한 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24살에 한예종에 들어갔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고 있는 중이다.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