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듀오 랄라스윗은 이름만 놓고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달함을 노래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자칭 ‘불안한’ 영혼 둘이 만났기 때문일까. 늘 반전을 선사한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야기를 달콤한 목소리와 멜로디로, 궁극에는 따뜻하게 품어주는 음악을 들려준다.
2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 2집 ‘너의 세계’ 역시 ‘자아 그리고 성장’이라는 주제로 두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올해로 각각 서른 그리고 스물아홉에 접어든 박별, 김현아는 이번 앨범에 대해 “30대에 들어서는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1집 ‘비터스윗’과 비교한 2집 ‘너의 세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데뷔부터 갑작스럽게 진행된 팀이라 오래 준비한 게 없었다. 1집 때까지도 방향성을 잘 못 잡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이라는 이들은 “2집에 들어서 랄라스윗이 해야 하는 음악과 하고자 하는 음악의 접점을 찾아가게 됐다. 비로소 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1집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다 해봤어요. 전작은 어쿠스틱한, 라이브 실현 가능한 음악을 하려고 했지만 그 속에서 한계도 드러났고, 아무래도 건반과 어쿠스틱이 부각되는 앨범을 만들게 됐죠. 1집은 1집 나름대로 하고 싶은 걸 담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비로소 색이 뚜렷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김현아)
“시기상 20대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보니 잘 마무리해야지 하는 생각이 컸어요, 2년 4개월이라는 꽤 긴 텀 동안 고민을 한 게, 우리의 색깔을 확실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1집 때는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었어요. 사랑을 하고 있을 때의 불안함이나 끝난 뒤 미련이 대부분이었는데, 이후 지난 20대를 되돌아보고 짚어보게 됐죠. 어디서 어떻게 실수를 했나 그런 것들을 기록해 놓은 일기나 메모를 들춰보며 소스를 많이 얻었죠.”(박별)
랄라스윗은 “우리 둘 다 긍정적인 성격은 아니다. 불안함이 가득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쪽지를 보면 한숨 가득한 얘기밖에 없어요. (웃음) 유난히 이번 앨범에 그런 가사가 많죠. 우리가 하는 일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우리 또래가 그런 생각을 제일 많이 할 때인 것 같아요. 나름 굉장히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건 무엇인가. 자문하는 것도 그렇고요.”
“1집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랑 얘기가 많았어요. 접근하기 쉬운 소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노린 건 아니었죠. 하지만 이번 앨범은 철저히 전부 다 우리 이야기로 채웠어요.”(김현아)
“어느 순간부턴가,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죠. 가령 노림수를 갖고 했는데 그게 안 통하면, 죽도 밥도 안 되잖아요.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야 하지만 1차적으론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죠. 그렇다고 우리가 하는 음악이 그렇게 어렵거나 전위적인 건 아니에요. 오랫동안 옆에 두고 들을 수 있는, 공들여 만든 팝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박별)
뮤지션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그리고 평범한 생활리듬과 비교하자면 ‘한량’ 같아 보이지만 낮과 밤이 바뀐 생활 패턴이나 내면의 치열함을 따지고 보면 ‘투쟁의 연속’이다. 그 내면의 싸움을 잠시 들여다봤다.
“보통의 회사원과 다른 일상이지만 가끔 밤새 작업하고 아침에 자러 가면 내가 뭔가 굉장히 게으르고 한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김현아) “2년 정도 밥값 못 한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어요. (그러지 말아요 ㅜㅜ) 존재 가치에 대한 불신이랄까요. 자신감, 자존감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고, 무언가 창작하는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자기 불안과 갈등,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거쳐 나온 게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불안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박별)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들 비슷한 거 같긴 해요. 스펙을 쌓은 친구도 또 허무한 게 있고, 지금 또래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열아홉 살에서 스무 살로 넘어올 때와 비슷한 감정도 있고.”(김현아)
“20대 때는 멋모르고 등 떠밀려 20대가 된 느낌이었는데, 30대가 되니 서른아홉 때까지의 삶을 꾸준히 그려보게 되요. 그런데 막상 서른 다섯 살 이후는 전혀 그려지지 않네요. 이게 미래가 보장된 일도 아니고, 불투명한 미래잖아요. 거기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컸지만 요즘은 사회 자체가 불안함을 갖고 가는 것 같아요. 돌고 돌아 결국엔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거죠.”(박별)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해 온 두 사람은 하자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 다른 악기를 다루다 친해진 두 사람은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냈다. 고3이 되면서 음악에서 손을 떼고 평범한(?) 학생의 길로 돌아가 나름 열심히 살아봤지만 무언가 공허함은 채울 수 없었다고.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둘이서 뚝딱뚝딱 밴드를 결성, 홍대 클럽 등지에서 공연을 하며 행복감을 맛봤다. 랄라스윗을 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소개하게 된 2008년 MBC 대학가요제 또한 우연한 기회로 참가했는데, 당시 이들은 자작곡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로 은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는 현아가 20대 초반에, 자신의 17살 때를 되돌아보며 쓴 거였어요. 우리는 화법 자체가, 진취적이라거나 어떤 도전의 결과를 도출해내거나 그렇진 않아요.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갈팡질팡하면서도 어떻게든 조금씩 해보려고 하는 편이죠. 그게 가사에도 고스란히 들어있어요. 우린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인데, 뭔가 나만 방황하는 것 같고 헤매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 노래를 듣고 공감하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럴수록 우리도 힘을 내 음악을 할 수 있거든요.”(박별)
그런 만큼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너의 세계’에 대해 이들은 비단 랄라스윗만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세계이기를 희망한다. 이들은 앨범 발매 당일인 27일 오후 12시 15분부터 1시까지 서울 이화여고 앞 정동길에서 버스킹 공연을 열고 대중 앞에 처음으로 ‘너의 세계’를 풀어놓는다.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는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을 통해 정규 2집 라이브 무대를 생중계한다.
또 내달 26일부터 고양 아람누리 일대에서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에 출연할 예정이며, 오는 7월에는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사진=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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