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에게는 파격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의 노래 '그런 남자'는 이른바 '김치녀'에게 바치는 곡으로 불렸다. '키가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중략) 한눈에 반해버릴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등의 가사가 직설적이다. 많은 남성이 술자리에서나 하던 말을 당돌하게 표현했다. 그것도 발라드 곡이다. 지극히 익숙하고 예의 바른 장르로 방심하던 찰나에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또한 그는 정치적으로 다소 편향된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출신 가수임을 자처했다. 몇몇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이곳 회원이란 의혹을 받았다가 대중의 뭇매를 맞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이러한 점을 떠올리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브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브로와의 일문일답
- 본인 소개부터 해달라
▲ 올해 26세 청년 박영훈이라고 한다. 인천 토박이다. 어린 나이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다. 학창시절 수영과 펜싱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건강하다. 발목을 심하게 다치면서 운동을 그만뒀다. 19세 때부터 축가, 라이브카페, 가요제 무대 등에 서며 계속 노래를 불러왔다. 이번에 데뷔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반향이 있어서 현재 패닉 상태다. 매니저도 없었는데 급하게 '돌직구뮤직'이란 회사가 만들어져 소속 가수가 됐다.
- '그런 남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 음원차트에서도 놀랄만한 성적인데
▲ 데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은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현실감이 없다.
-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술자리서 흔히 하는 이야기들 아닌가. 그 자리에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꺼낼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 '그런 남자'를 쓰게(공동작사) 된 계기가 있나
▲ 실제 경험담이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만 픽션이다. 일부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색을 거친 부분이 있다.
- '일베 가수'를 자처했다. 왜인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 숨길 이유가 없다.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사실 유머 사이트나 다름 없다. 그 사이트에서 내 앨범이 나오기 전 절박한 마음에 홍보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리고 회원 분들이 응원해줬다. 다수 사람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일베를 버리는 게 좋은 선택'이라는 조언도 해줬다. 그때 '난 차라리 장렬히 전사하는 악수를 두겠다'고 했다. 앨범을 냈는데 아무도 그 존재조차 몰라준다면 가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차라리 불로장생급 욕을 먹더라도 관심을 받는 게 나에게는 축복이다. 단, 욕을 해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더 내 음악을 듣고 욕 해달라는 마음이다.
- 뒤따를 논란 혹은 파장이 부담스럽지 않았는가
▲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주목받을 줄 몰랐다.
- 일부 일베 회원 성향 및 잘못된 역사관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그 점은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나 마찬가지다. 일베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건 알고 있지만 아이디어를 얻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재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극우 성향의 분들만 계신 것이 아니다. 필터링되지 않은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오긴 한다. 좋게 말하자면 '임금님 귀는 당나기 귀라고 외침이 있는 대나무숲'이라 하고 싶다. 다만 개인적으로 미성년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치적인 부분은 관심도 없다.
- 왜 전면에 나서지 않나. 실제로는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 나도 내가 좋아하는 동호회(사이트)를 선택할 권리는 있지 않나. 그냥 내 취미다. 나에게 일베는 유머 사이트다. 그리고 이번 활동은 애초 음원 발표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관심이 쏟아지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은 것 역시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부담스럽기보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논의 중이다.
- 현재 여자친구가 있나
▲ 연인은 없다. 노래는 노래로만 들어달라. 훗날 연애할 때 지금의 노래 때문에 문제될 것도 없다 생각한다. TV에서 '막장' 드라마 보시지 않나. 이 노래도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 '그런 남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전하고 싶은 메시지)한 바는 무엇이었나
▲ 곡을 쓰기 전 세 가지 사안을 지키고자 했다. 첫째, 누가 들어도 웃을 수 있게 하자. 둘째, 음악적으로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자. 셋째,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자였다.
- 일부 불쾌감을 느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가사 어느 구절에도 '김치녀'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스토리텔링 역량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나 반성하고 있다. 그래도 그 노래로 인해 상처받은 여성이 있다면 만나주실 지 모르겠지만 직접 사과 드리고 싶다. 특정한 상황 속의 여자일 뿐이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 않지 않나. 앞서 말했듯 드라마 속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 걸그룹 벨로체가 '그런 여자'란 곡으로 맞불을 놨다
▲ 알고 있다. 난 이제 막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않은 가수다. 그런 나의 곡을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커버곡까지 불러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콘텐츠 재생산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 2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다. 2집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 얼굴을 공개할 생각이다.
- 끝으로 자신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있다거나 바라는 점은
▲ 열심히 하겠다. 브로의 음악은 그저 재미있는 놀이다. 그저 음악을 즐겨 달라. 그 밖에 오해는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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