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뮤직비디오 심의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도 당연한 듯이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제기됐다. 바로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다. MBC와 SBS가 ‘전체 관람가’ 판정을 냈던 뮤직비디오였지만 유독 KBS만 ‘인명경시’라는 이유로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까탈레나’는 파키스탄 펀자브족의 민요인 ‘주띠메리’(Jutti Meri)를 차용하여 만든 인도풍의 디스코 곡이다. 이곡은 오렌지캬라멜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 묘한 매력으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경쾌한 리듬에 깜찍한 춤동작까지 더해져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오렌지캬라멜이 초밥으로 분하고, 이들이 소비되는 과정을 콘셉트로 삼은 것이 화근이었다. 오렌지캬라멜의 세 멤버는 인어 캐릭터로 등장해 도마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초밥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랩으로 싸여진 포장지에 담겨져 있는 인어들에는 각각 4000원의 가격표가 매겨져 있고, 못생긴 자연산 문어로 변신한 개그맨에게는 7만8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양식’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인어들은 시간이 흐르자 세일을 한다며 가격이 반값으로 내려가고, 회전초밥집 진열대 접시에 담겨 팔려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기 때문에 MBC나 SBS보다는 심의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렌지캬라멜의 소속사 플레디스는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진 비닐 포장팩 속에 들어간 멤버들의 모습을 편집해 재심의를 넣을 예정”이라며 “MBC와 SBS는 전체관람가로 심의가 났다”고 억울한 입장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과잉제제라는 의견이 속속 등장했다. 진중권 교수는 “뮤직비디오 괜찮던데 심의에 걸렸네. 근데 이런 뮤직비디오 보며 ‘인명경시’ 운운하는 정신 나간 자들이야말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좀벌레들”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물론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는 파격적임 콘셉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인명경시가 아닌,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를 위트 있게 풍자한 것이 바로 ‘까탈레나’의 뮤직비디오라고 여겨진다. 사회라는 도마 위에 올려지고, 가공된 상품으로 가격이 매겨진 채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는.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에 대한 KBS의 판정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평론가는 “지금 사회를 봐라. 스펙이 중요시되는 이 사회를 초밥집의 인어로 비유해 위트 있는 풍자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씁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가
또한 KBS의 심의결과에 대해 “인명경시라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이들은 그저 그런 사회를 풍자했을 뿐이다. 사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현재 우리네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으나, 이들에게 인명경시라는 판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