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상현이 같은 짝사랑,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죠.”
차가운 외모와 단호한 말투,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KBS1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이하 ‘사노타’)에서 전형적인 ‘실장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곽희성. 하지만 말 한마디를 나누자마자 그가 갖고 있는 드라마 속 캐릭터는 단번에 깨졌다.
성숙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곽희성은 딱 자신의 나이에 맞는 20대 청년의 말투와 행동을 보여줬다. 20대의 넘치는 패기와 열정이 가득했던 그의 눈은 유독 연기를 이야기할 때 더욱 빛났다.
◇ “윤상현은 집착남? 한 남자의 사랑하는 방식 보여주고 싶었다”
‘사노타’는 현재 일일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면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곽희성에겐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신인으로서는 높은 시청률까지 맛본 일석이조의 작품인 셈이다.
↑ 사진=천정환 기자 |
KBS1의 일일극은 전형적인 색이 묻어나는 작품임과 동시에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끌어가야 한다. 일일극은 처음인 곽희성은 “일일극만의 톤이 있기 때문에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굉장히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더라. 처음에 준비 작업이 충분하지 않은데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할 땐 대사고 많고 어려웠다. 경험이 부족해서 긴 호흡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 지 잘 모른다. 다만 확실히 평소엔 에너지를 아끼게 된다. 촬영 때 쏟아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쉬는 날에 죽은 듯 있다.”
매번 비슷한 색채를 나타내기 때문에 고루하다가는 평도 받지만 일일극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넘쳐날 만큼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장기간의 호흡과 중년 배우들과의 호흡을 맞추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도 확 보이기 때문이다.
곽희성은 “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젠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녹화를 끝내고 나면 느낀다. 한 주를 보내면서 어떤 게 되고 안됐고 장애물을 넘고 여러 상황들이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4개월 과정을 지내다 보니 연기의 그래프가 그려지는 게 보인다.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순발력도 늘어서 이제 어떤 대사도 겁나지 않는다.(웃음)”
곽희성이 맡은 윤상현 캐릭터는 사랑하는 여자 공들임(다솜 분)을 위해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캐릭터로, 그의 꿈까지 응원하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박현우(백성현 분)이라는 벽에 막히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넘어선 집착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짝사랑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윤상현 캐릭터와 실제 본인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그는 “짝사랑은 많이 해봤다. 근데 상현과는 완전 다르다. 전 성격 자체가 밀어붙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것도 가진 게 있어야 하는 거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웃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20대에 배우로 유럽 진출하고 싶다”
지난 2012년 방송된 TV조선의 ‘한반도’를 통해 데뷔를 한 곽희성은 이후 SBS ‘결혼의 여신’ KBS2 ‘광고천재 이태백’ ‘드라마스페셜-불침번을 서라’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일본에서는 에덴이라는 이름의 밴드로 데뷔해 국내보다 먼저 얼굴을 알렸다.
“원래 꿈을 배우였는데 팀원들을 먼저 만나 밴드를 준비하게 됐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20대에 연기와 음악에 욕심을 내면서 사는 것도 굉장한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무대에 올랐을 때 에너지를 쏟는 자체는 같지만 연기는 제가 한 것을 다시 보는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가수는 무대에서 관객과 같이 숨을 쉬고 눈빛을 마주할 수 있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곽희성은 6살 때 첼로를 시작해 러시아, 프랑스로 유학까지 다녀온 이색 이력을 갖고 있다. 음악인으로 살기 위해 유학을 떠났지만 커가면서 가치관이 달라졌고 첼로를 그만뒀다. 유학생활을 하던 중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는 배우를 꿈꾸게 됐다.
“친척이 갖고 있던 첼로를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전공까지 하게 됐다.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갔고 고3때까지 프랑스에 있었다. 첼로를 좋아했고 제가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머리가 크고, 혼자 살다 보니 생각이 점점 바뀌더라. 첼로만 보고 살다 보니 포기하는 부분이 많았다. 음악을 평생 업으로 갖고 살아가기엔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만두게 됐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이젠 막연하게 꿈을 꾸는 시절을 벗어나 어느덧 극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곽희성은 뒤늦게 찾은 꿈인 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을 무한 드러냈다. 20대 한창 연애 사업으로 꽃피워야 할 시기지만 그는 “’사노타’랑 연애 하고 있다”라는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자신의 장점을 살려 차근차근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연기 열망을 드러냈다.
“어렸을 땐 막연히 20대에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이젠 배우로서의 입지를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