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스케치'는 언론에 공개되기 전까지 노출과 관련해 원색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영화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여배우의 노출, 베드신을 팔지 않아서인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언론의 관심을 끌어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저예산 영화로써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향이다.
제작사, 감독, 배우 등 많은 이들이 바란 일이었다. 고은아는 "처음부터 베드신, 노출로 홍보하지 말자는 얘기가 많았다"고 웃었다.
"오랜만에 작품 출연하는데 노출이 있다고 하면 '이제 하다 하다 안 되니 벗는 걸로 나오는구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작품을 선택한 배우는 소재가 좋고, 작품이 좋아 출연을 하는 건데 말이죠. 그런 고정관념이 아쉬워요."
고은아는 저예산으로 제작될 '스케치'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매료됐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 덥석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베드신이 있는 건 나중에 알았다. "제가 이 작품 하고 싶다고 하니깐 회사 실장님이 '진짜냐?'고, "다 읽어 본 것 맞냐?'고 하시더라고요. '다 읽진 않았는데 하고 싶다고 재차 말했어요. 읽다 보니 노출이 있더라고요. 헤헤헤."
앞서 고은아에게는 노출이 있는 작품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거절했다. 여배우를 벗기기 위한 작품이었고, 너무 과한 베드신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은아는 "'스케치'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나눴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전혀 반감이 없었다"고 만족해했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감독님한테 "처음이라 무서워요. 두렵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믿을 사람이 감독님밖에 없다'고 했는데, 감독님으로부터 '섹스어필한 쪽으로 찍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사랑스럽게, 예쁘게 찍고 싶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반해버렸다"고 회상했다. "배우를 존중하는 느낌이 풍겨 나왔다"는 고은아.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때 교실에 있는 것보다 미술실에 더 많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해봐서 그런지 촬영장에서 어색하지 않고 잘한다고 해주셔서 좋았어요. 수연이라는 캐릭터도 이름만 수연이지 솔직히 저였다고 보면 돼요. 수연이 작업실에서 상처받고 혼자 있는 모습이 실제 제 모습이에요. 제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슬프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 치이고 다녔을 때의 슬픔을 표출하고 있더라고요."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겪은 상처에 이골이 난 듯 보인다. 스무 살 초반, "은둔생활을 했다"고 털어놓은 고은아. 선정성 시비, 동생인 엠블랙 미르와 뽀뽀 사건 등 여러 가지 말들과 반응에 상처가 깊은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물어가고 있다. 다행이다.
"사람들이 평생에 나눠서 당해야 할 일을 저는 성인이 되면서부터 다 겪은 것 같거든요. 다사다난했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훈을 줬어요. 제가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예전에는 눈물이 많았는데 요즘은 모른 척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소수의 사람 때문에 내 신념을 바꾼다거나, 상처받고 낭떠러지로 떨어진 않을 거예요. 그 숫자만큼 또 좋아해 주시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물론 비난하는 이들도 배제하진 않고, 보듬으려고 노력은 할 거예요."(웃음)
고은아는 '스케치'를 통해 수연이라는 캐릭터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대변한 듯하다. 태어났을 때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도 영화를 통해 자신감 있게 드러낸다. 신비스러움을 추구해야 할 배우가 모든 걸 보여주는 느낌. 고은아에게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하자, 이 여배우 역시 시원하게 답을 내놓는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